[무비핫스팟]'간신' 김강우, 더 이상의 연산군은 이제 없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5.25 06: 56

더 이상의 연산군 연기가 나올 수 있을까? 광기의 연산군은 어찌 저리 잔인하고 색을 밝혔나? 이제 연산군을 어떻게 그려야하지? 쏟아져 나오는 질문 모두가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김강우에게서 비롯됐다. 사극 대작 '간신'에서 그가 분한 연산군 때문에...
5월 말 극장가에서 '간신'이 강력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한국영화의 19금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한 이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주조연 배우들의 호연을 바탕으로 잔혹과 에로의 극한을 선보였다. 서구영화에 로마제국 황제 칼리굴라가 있다면 조선왕조에는 연산군이 이었다는 걸 만천하에 영화 한 편으로 알린 것이다.
김강우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힘든 걸 예상하면서 힘든 게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 만한 캐릭터였다”라며 이번 배역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속 무수한 연산군의 기행들은 시나리오만 봐도 어려운 점들이 많았지만 단순히 ‘힘들 것이다’란 생각은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치 못했다.

“실존했던 인물이지만 정말 그렇게 살았을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실록이나 연산군 관련 역사책을 보면 그렇게 살았더라고요. 연기 입장에서는 정말 재밌어요. 상상하는 재미도 있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실제 사건들이 있었다는 건 연기하기에 너무 재밌는 소스죠. 학교 다닐 때 ‘햄릿’ 공연을 했는데 그러면 우리나라에는 (이와 비교할 만 한) 무슨 캐릭터가 있을까? 외국에는 ‘햄릿’이 다양한 걸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인데, 그 때 떠올렸던 게 연산군이었어요. 사극을 한다면 ‘진짜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시나리오가 들어왔어요.”
방송과 영화에서 무수히 반복됐던 연산군의 캐릭터들과의 차별점으로 만들어진 것이 ‘예술가’란 설정이었다. 김강우는 연산군 하면 떠올리는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에만 갇혀 있지 않은 ‘간신’ 속 연산군의 캐릭터가 매력이 있었고, 실제 연기에서도 이 부분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차별성이 보였어요. 감독님이 고민을 하면서 깔아놓은 예술가적인 기질입니다. 역사적로도 연산군이 그런 기질을 발휘했다고 해요. 우리가 본 작품들에서는 연산군이 어머니의 폐비 트라우마로 폭군이 된 것으로 표현했는데, (생략) 폭군이 된 과정을 알고 있었는데 이걸 이용한 거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더 큰 욕망이 있었던 거예요.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강력한 왕권을 갖고, 넘치는 끼를 발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요. 그래서 연회 장면이라던지 그림을 그린다던지 춤을 춘다던지 칼싸움을 하면서 시를 읊는다던 지의 장면으로 표현됐으면 했어요.”
연산군의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김강우는 영화를 준비하며 홀로 밀실에 들어가 일주일을 지냈다. 일종의 사이코패스 혹은 광기가 가득한 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과 단절돼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연산군이라는 인물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 이해를 하고 싶었던 것. 하지만 5일간의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깨달은 것은 ‘그래 진짜 그렇게 살아본 사람이 있어?’라는 결론이었다. 
이처럼 영화 '간신'이 연산군의 기행을 한 걸음 더 리얼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하면서, 앞으로 사극에서 연산군을 그려내는 게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연산군은 내부에 품고 있는 콤플렉스와 수시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삐뚤어진 성격을 특징으로 해서 국내 사극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 중 한명인데, 일반 사극에서 '간신'을 완전히 떼어내고 그려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 단순히 폭군이라고 그리기에는 '간신'이 묘사한 예술가적 기질과 변태적, 폭력적 성향이 너무 뚜렷하게 그려져, 비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웃고 있어도 살기가 느껴지는 표정에, 어디로 튈지 몰라 해맑아보이기까지 하는 행동, 기발하기까지 한 성적 집착까지 자극성 높은 캐릭터를 소화한 상태. 극중 시종일관 미쳐있는 그는 어린 아이 같이 장희빈의 가슴을 빠는 건 기본,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고 성행위를 통한 내기까지 강행한다. 착한 얼굴의 김강우가 연기해서 더 충격적. 더 놀라운 건 이같은 에피소드들이 실제 기록에서 착안했다는 것. 감독은 실제 기록의 1/10 정도 밖에 담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김강우도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한 달 전에 일주일동안 방을 구해 빛을 다 차단했다. 먹는 것도 다 그 안에서 해결하고 술도 종류별로 놔두고 시계도 없애고 휴대폰도 없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보냈다. 연산군은 새벽 3시에도 신하들을 호출해서 음주가무를 즐기고 시를 쓰고 울고, 예측할 수 없는 패턴을 사는 사람이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그렇게 일주일 사는데 그래도 이게 어떻게 해결이 안 되는 거다. 5일이 지났을 때 결론은 ‘그래, 그렇게 살아 본 사람이 있어?’다. 그냥 내가 만들면 되는 거고, 내가 가는 길이 그거라고 생각해야겠다 싶었다"고 캐릭터 구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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