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화정’이 화기도감 사고 후 진짜 이야기를 한다.
지난 19일 방송된 12회는 광해(차승원 분)가 주선(조성하 분)을 압박하다 화기도감에서 사고가 터져 광해가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내용이 그려졌다. 유황가마를 만진 정명(이연희 분)과 책임자 주원(서강준 분)이 체포될 위기에 처하는 것으로 방송이 마무리돼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광해가 위기를 돌파하기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광해는 주원의 부탁으로 왜에서 온 정명을 화기도감에 장인으로 받아들이고, 그 장인이 만진 가마에서 이상한 가스가 흘러나와 기술자들이 사망하고 백성들까지 대피하는 상황이 된 것. 냉정함을 유지해온 광해가 "화기도감, 내 모든 걸 걸었던 그곳이 망쳐졌어"라고 절규했듯 해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명의 눈치를 보는 대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압박까지 받게 된 상황.
앞으로 광해-정명-주원은 ‘위기공동체’로 함께 해법을 풀어가게 될 전망이다. 주원은 12회 방송에서 인우(한주완 분) 앞에서 자신은 공주마마가 살아있어도 광해와 손을 잡았을 것이라며 광해가 잔혹하더라도 조선의 독립을 위해 필요한 왕이라는 신념을 드러낸 바 있다. 정명 역시 광해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을 넘어서 명과 맞서는 신념을 지닌 광해와 연대할 것인지 관심을 높이고 있다.
조선의 광해 위에 명의 사주를 받고 있는 주선이 있다는 사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광해는 이제 절대권력이 아니라, 권력에 저항하는 자가 된다. 사실 광해는 그동안 조선의 독립적인 힘을 키우기 위해 명에 파병을 거부하며 외교적으로 무리를 하면서까지 화약 개발에 힘써왔다. 한 나라의 왕이지만 보다 큰 권력과 싸워온 광해의 신념이 앞으로 역사와 정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눈 여겨 볼 부분이다.
사실 광해와 정명이 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위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며 불의에 맞서고자 하는 마음이다. 정명 역시 공주로 태어났지만 왜의 천민으로 살았고, 자신의 오라버니 광해도, 어머니인 인목대비(신은정 분)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 오직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주원과 함께, 백성의 마음으로 앞으로 어떻게 불의에 저항해 나갈지 주목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정명과 주원, 인우의 보일 듯 말 듯 한 사랑의 흐름이다. 12회에서 주원은 정명이 여자라는 사실을 안 뒤, 자신도 모르게 정명을 지키기 위한 말과 행동을 한다. 아직 주원은 정명을 ‘화이’로만 알고 있지만, 꿈에 그리던 정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친구 주원을 위로하며 자신의 마음을 숨겨왔던 인우 역시 12회에서 “그날 나도 너만큼 아팠다는 거. 하지만 난 그때 너처럼 울지 못했다”고 혼잣말을 하며 정명에 대한 짝사랑을 드러냈다.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이 지닌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항하여 개인적인 원한을 딛고 연대하는 광해와 정명 그리고 그런 정명이 인조정권하에서 권력과 욕망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화정’은 오늘(25일) 오후 10시 MBC를 통해 13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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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프로덕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