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선(38)은 결혼과 출산으로 6년의 공백이 있었다. 2012년 SBS 드라마 ‘신의’로 다시 작품 활동을 한 이후 쉬지 않고 연기를 하는 중이다. 그 사이 KBS 2TV ‘참 좋은 시절’을 통해 진한 사투리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았고, 이번 MBC ‘앵그리맘’에서 첫 엄마 연기로 주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학교 폭력을 당한 아이를 둔 엄마 조강자를 연기하며 절절한 모성애와 화통한 복수기를 모두 연기했다. 데뷔 22년차인 김희선의 또 다른 연기 변신이었다. 미모의 여배우로서 신비주의보다는 꾸준히 작품을 하며 자신의 연기 폭을 차곡차곡 넓히는 정석을 걷는 중이다. 특히 이번 ‘앵그리맘’은 특별했다. 학교 폭력에 분개하고 이를 타파하고자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모성애가 들끓는 엄마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제가 기존 연기 틀을 벗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뭔가 억울한 게 있어요.(웃음) 제가 20년째 재발견되고 있거든요.(웃음) 재발견됐다는 말씀, 기분 좋은 말씀이니까 좋죠. 저도 사람이니까...드라마 끝나고 ‘화신’을 함께 했던 최영인 CP님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언니가 ‘익숙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게 좋은 것’이라고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감사했어요. 언니 문자를 보니깐 ‘정말 그런가?’ 이런 생각을 했죠.”
육아에 전념했던 시간을 제외하고 김희선은 작품을 놓지 않았다. 보통 미모의 배우들이 띄엄띄엄 작품을 하는데 김희선은 소위 말하는 ‘소처럼 일하는 배우’의 원조다.
“제가 데뷔를 한지 20년이 넘었더라고요. 그런데 6년 빼주시면 안될까요? 연아(딸)가 4살이 될 때까지 쉬었잖아요.(웃음) 빼주세요. 제가 그때 아이를 낳지 않고 더 일을 했으면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어요.(웃음) 그냥 적당히 14년차로 해주세요. 제가 또 ‘팬들을 위해서 작품을 해요’ 이런 말을 못 해요. 저를 위해서 하죠. 연기 감을 잃지 않으려고 계속 해요. 좋은 작품이 있으면 욕심이 나고요. 이순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광고 촬영만 하는 친구들이 너무 안타깝다고요. 선생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전 이해가 돼요.”
사실 김희선은 ‘참 좋은 시절’이 끝나고 1년 정도는 쉬고 싶었다. 그런데 ‘앵그리맘’의 대본을 읽고 감명을 받아서 덜컥 복귀를 결정하게 됐다. 첫 촬영 3일 전에 출연이 결정됐다. 그래서 미리 액션 연기를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촬영장에 도착해서 1시간 정도 액션 연습을 하고 연기를 했다.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액션 장면은 이렇게 탄생했다.
“액션 연습을 한 달만 했어도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웃음) 사실 여배우들이 결혼하고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아요. 한계가 있죠. 그런데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앵그리맘’ 같이 좋은 작품을 만났잖아요. 결혼해도, 저처럼 아이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역할이니까요. 정말 제가 인복과 작품복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선배님들이 걷는 길을 따라갈 수 있어서인 것도 있어요. 김희애 선배님 등 결혼하고 애가 있는 선배들이 앞길을 닦아주고 계시니깐 전 그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김희선은 ‘앵그리맘’에서 엄마와 학생 연기를 동시에 했다. 딸의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간 엄마. 김희선은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교복을 입었다.
“이 나이에 교복을 입는다는 게 많이 부담스러웠죠. 사실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교육청을 쫓아가고, 교장을 찾아가고는 할 수 있겠죠. 아무리 그래도 학교로 어떻게 돌아가겠어요? 그래도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있었어요. 아이가 맞는다면 정말 엄마 마음이 어떻겠어요? 전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내 아이에 대한 사랑, 그 마음 하나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모성애라는 진정성을 연기한다면 교복을 입고 다시 학교로 가는 설정을 받아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교복 정말 짧더라고요. 진짜 놀랐어요. 제가 촬영장에서 짧게 입은 진짜 학생들 보면 잔소리하고 선생님들 만나면 함께 걱정하고 그랬어요.(웃음) 저도 엄마니까...”
김희선은 인터뷰 중 엄마로서 학교 폭력에 대한 걱정, 짧은 교복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20대로 보이는 미모의 여배우가 아니라 딸을 키우는 평범한 엄마였다. 동네 엄마들끼리 하는 소모임도 있다. 별명이 ‘오지랖 이장님’이다.
“저도 사실 그 나이 때 짧은 교복을 입었죠.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엄마로서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어요.(웃음) 제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봐요. 연아가 그런 교복을 입고 싶다고 하면 전 어떻게든 설득할 거예요. 제가 더 짧게 입어서 얼마나 흉한 모습인지를 보여줘야겠어요.(웃음)”
인터뷰 말미, 김희선은 딸 연아 양이 보낸 음성 응원을 기자에게 들려줬다. 엄마가 극중에서 연기를 했던 배역을 거론하며 애교 섞인 응원. 이제 엄마가 연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늦게 들어와도 이해를 해준단다. 덕분에 촬영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한참 딸에 대한 애정을 표하던 김희선에게 자녀 계획을 물었다.
“계획? 있어요.(웃음) 연아 친구들 중에 남자 아이도 있어요. 그 아이가 엄마를 챙기더라고요. 아빠가 ‘엄마는 네가 지켜야 하는 여자’라는 교육을 하나 봐요. 아직 어린데 그 아이가 엄마를 챙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연아처럼 예쁜 딸을 하나 더 낳아도 좋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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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