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선(38)은 예쁘다. 늙지 않는 ‘방부제 미모’는 매번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다. 그런데 미모만큼이나 화통한 성격으로 연예계에서 유명하다. 데뷔 22년차 소위 말 많은 연예계에서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의를 지키려고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김희선은 최근 종영한 MBC ‘앵그리맘’에서 학교 폭력을 당한 아이를 둔 엄마 조강자를 연기하며 절절한 모성애와 화통한 복수기를 모두 연기했다. 데뷔 22년차인 김희선의 또 다른 연기 변신이었다. 미모의 여배우로서 신비주의보다는 꾸준히 작품을 하며 자신의 연기 폭을 차곡차곡 넓히는 정석을 걷는 중이다. 이번 ‘앵그리맘’은 특별했다. 학교 폭력에 분개하고 이를 타파하고자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모성애가 들끓는 엄마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드라마가 종영하는 날 김희선은 링거를 맞고 종방연에 나타나 팬들의 우려를 샀다. 과로로 인해 몸상태가 악화됐고 병원에서 링거를 맞은 것.
“72시간동안 잠을 거의 못 잤어요. 30분에서 1시간 정도 잔 게 다였죠. 몸이 좋지 않아서 종방연을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링거를 맞고 있는데 제가 그 자리에 안 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다른 선배님들도 다 오시는데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부랴부랴 갔어요. 또 갔으니 제대로 놀아야죠. 2차를 제가 샀죠.(웃음)”
함께 드라마를 만들며 고생한 제작진, 배우들과의 의리였다. 사실 이 작품 출연도 자신을 믿고 기다린 제작진에 대한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컸다. 김희선이 고민을 하는 동안 제작진은 오롯이 김희선만 바라봤고, 김희선은 그런 고마움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 그가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닥이 좁잖아요.(웃음) 만나는 사람이 다 똑같죠. 언제 또 만날지 몰라요.(웃음). 다른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저 편하자고 의리를 지키는 거예요.(웃음)
농담이었다. 김희선은 인터뷰 내내 자신에 대한 칭찬에 농담을 하며 멋쩍어 했다. 자기 자랑을 ‘대차게’ 하지 못했다.
“철없을 때는 밤샘 촬영이 힘들면 다른 사람이 힘들다는 생각을 못한 것 같아요. 나이도 먹고, 엄마가 되니깐 달라지더라고요. 촬영 스태프나 제 스타일리스트가 졸고 있으면 그렇게 안쓰러운 거예요. 어린 사람들이 졸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픈 거죠. 보조 출연자들이 교복을 입고 추운데 밤샘 촬영을 했어요. 저도 모르게 엄마 마음이 되는 거예요. 제 아이를 낳고 보니, 남의 아이가 다 제 아이 같아요.”
‘앵그리맘’ 촬영장은 유쾌했다. 다른 드라마처럼 빡빡한 촬영 일정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서로 수다를 떨면서 즐거워했다. 특히 극중 친구로 나왔던 고수희에 대해 ‘뒤늦게 만난 좋은 친구’라는 표현을 쓰며 애정을 표현했다. 촬영 때문에 24시간 붙어 있다가 요즘엔 못 만나니 아쉽단다.
“제 캐릭터가 안 끼는 데 없잖아요. 오지랖 엄마예요. 분량이 많은데 그래도 다른 배우들과 수다를 떨면서 버텼어요. 분위기가 좋으니깐 30분 잘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10분 쪼개서 이야기를 나눴죠. 그렇게 많은 배우들이 있었는데 융합을 못하는 배우가 없었어요. 진짜 오랫동안 연기를 했는데 이런 촬영장은 처음이었어요. 밤을 새더라도 서로 의지를 하며 촬영을 했으니 재밌었죠. 제가 나이가 중간이어서 어린 친구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었어요. 제 애교를 받아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죠.”
극중 술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배우들끼리 한 잔 기울였다. 실제로 술을 마시면서 연기를 한 장면도 있었다.
“밤에 찍고, 특히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있었죠. 진짜 술을 마셨어요.(웃음) 분위기가 정말 좋았죠. 배우들도 스태프도 함께 마셨어요. 또 제가 별명이 ‘제조 강자’였답니다.(웃음)”
김희선은 ‘앵그리맘’에서 나이를 뛰어넘는 미묘한 로맨스가 있었다. 바로 연하였던 극중 아들 뻘인 지수와의 호흡이다. 지수가 연기하는 고복동은 김희선이 연기하는 조강자에 대한 풋풋한 감정이 있었다.
“지수가 다행히 남자다운 면모가 있어서 나이 많은 제가 있어도 어울렸던 것 같아요. 촬영이 아닐 때는 아직 많이 어린데 촬영 때는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죠. ‘완전 남자다잉’이라고 말했어요(웃음) 덕분에 로맨스가 형성돼서 고마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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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