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중간하다.
지난 25일 첫 방송에 나선 tvN '촉촉한 오빠들'은 누구나 울 수 밖에 없는 가족, 질병, 취업 코드를 내세우면서 눈물샘을 자극했으나 그 깊이면에서는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김상경, 현주엽, 정상훈, 강균성 등 네 MC가 주고 받는 대화들이 이 뭉클한 사연을 적절하게 뒷받침하지 못했고, 눈물을 자극하는 순간에만 집중하다보니 사연의 깊이감은 많이 떨어졌다.
첫 사연으로 등장한 정원이도, 두번째 사연 속 취업준비생들도, 세번째 사연 속 모녀도 모두 강력한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임에는 틀림 없었다. 이들이 얼마나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지, 그럴 때 가족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별다른 설명이나 묘사 없이도 곧바로 공감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MC들이 흘리는 눈물이 전혀 위화감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
그렇다고는 하나, 제작진이 시청자의 눈물을 '뽑아내기' 위해 특정 슬픈 상황에만 매달린다는 인상이 있긴 했다. 방금 압박 면접을 망치고 돌아온 취업준비생들에게, 부모님의 위로 섞인 면접 장면을 보여주는 게 과연 '서프라이즈 힐링'인지, 또 다른 설움 자극인지도 보는 이에 따라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사연을 다루게 될텐데, 이들의 사연이 '눈물 자극용'으로 그치게 되진 않을지, 제작진의 세심한 연출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가장 아쉬운 건 MC들의 리액션이었다. 덩치 큰 남자가 눈물을 쏟는 것만으로 신선한 시기는 지났다. 사연이 소개된 후 이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들은 사연 당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뜬금 없이 밝은 웃음이 터지기도 했고, 요즘 취업난과는 아무 관계 없는 배우들의 데뷔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로 이야기가 흐르기도 했다.
요즘 세태가 안타깝다는, 수박 겉핥기용 위로만으로는, 앞으로 계속 위로할 일만 남은 이 프로그램의 차별화를 담보하긴 어렵다.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적어도 위로는 되는 이야기는 무엇일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촉촉한 오빠들’은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거나, 매일 똑같은 일상에 서프라이즈가 필요한 일반인들의 사연으로 꾸려가는 토크쇼.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현대인들의 마음에 진정한 위로를 전하고, 이러한 감동을 시청자들과 나누기 위해 기획된 ‘감성 예능’을 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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