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명품공연이었다.
브라운아이드소울 정엽이 4년만에 로맨틱 소극장 콘서트로 컴백, 2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비 마이 밸런타인 (Be My Valentine)'을 열고 관객들을 만났다. 이번 공연은 팬이 아니더라도, 정엽의 노래를 잘 모른다 하더라도 충분히 즐기고 반할 만했다.
정엽은 4년 만에 선보이는 소극장 콘서트에서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놀았다. 라디오를 통해 항상 팬들과 교감해 왔던 그의 녹슬지 않은 입담이 폭발했고 노래는 달콤했다. 자기를 낮추는 멘트를 구사하는 유머감각은 끊임없이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노래가 시작되면 그야말로 반전. 유쾌함, 아련함, 행복함, 슬픔 등 그의 노래들에서는 여러 상반된 감정이 오갔다. 재치있는 입담을 기반으로 풍성하게 차려진 노래들은 150분 가량의 시간 동안 관객들을 완벽히 몰입시켰다.
이번 공연은 본인의 히트곡들과 정규 3집 앨범 'Merry Go Round'의 수록곡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낭만적인 감성이 가득 담긴 '회전목마'로 시작된 무대는 '봄날', '마이 스타일'을 거치며 서서히 뜨거워졌다. 정엽은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댄스 실력을 선보이기도. '커튼콜', 'Come with me girl', 'Fallin'for you'로 흘러나오는 특유의 감성적인 음색은 마치 꿈꾸듯 듣는 이를 홀렸다. 'Island'를 부를 때는 이 노래가 제주도에서 작업한 곡임을 밝혔는데, "떠나요 둘이서~" 같은 밝은 분위기의 곡을 스스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어두운 노래가 나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아름다운 섬, 하지만 외로이 떨어진 섬의 이중적 느낌이 묻어났다.
이어 정엽은 "제 노래를 잘 모르시겠지만 이 노래만은 아실거다"라며 야심차게(?) 한 노래를 꺼내들었다. 해당 곡은 주현미 '짝사랑'의 재해석곡. 한 마디로 맛깔났다. MBC '나는 가수다'의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올랐다.
이번 공연에서는 허니 보이스의 소유자들인 여성 게스트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는데 백아연, 유성은이 나뉘어 등장해 정엽과 'A thousand miles'로 호흡을 이뤄냈다.
본격 2부의 시작을 알린 곡은 대중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그대라는 말'. 노래 중간 무대 뒤 커튼이 펼쳐지며 한 눈에 바깥 풍경이 펼쳐지는 것은 그야말로 장관. 장미축제가 한창인 초여름 저녁. 무대는 한 순간 야외 공연장이 됐다. 공연장 안에 있는 사람이나 꽃들을 즐기다 깜짝 정엽을 만난 사람에게나 즐거운 이벤트. 함성이 터져나왔다. 장미 향이 공연장 안으로 흘러오는 듯 했다.
이런 초대형 이벤트를 거쳐 정엽의 대표곡인 'Nothing better'가 흘러나왔다. 이 곡은 여느 때처럼 듣는 이를 전율시켰다. 이어진 곡은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우리는 없다'. 정엽은 "'Nothing better'와 '우리는 없다'의 주인공이 같은 사람이다"라고 자신의 연애사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래서 한 동안 '우리는 없다'를 부를 때는 굉장히 먹먹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라며 빙그레 웃어보이기도.
'Thinking out loud'를 부르면서도 기타를 메고 객석으로 이동했다. 관객들의 얼굴을 일일히 바라보며 가사를 온전히 전달했다. 이동 중에도 흔들림 없는 가창력이 새삼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연은 '마이 발렌타인', '잘 지내'를 거쳐 그의 또 다른 대표 히트곡인 'You are my lady'로 절정에 이르게 됐다. 앵콜 곡으로는 '왜 이제야 왔니'로 마지막까지 달달한 여운, 그리고 웃음을 안겼다.
정엽은 지난해 음악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후 정규 3집 앨범 작업에 매진해 왔다. 이번 소극장 공연은 팬들과의 약속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는 팬들과의 적극적인 교감을 위해 다음 단독 공연을 꼭 소극장에서 하겠다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게 된 것.
정엽은 국내 내로라하는 보컬리스트 중에서도 그 감성과 음색이 유니크한 스페셜 보컬리스트로 꼽힌다. 이번 공연은 왜 그가 진귀한 보컬리스트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공연이었으며 한 순간도 웃음을 잃지 않은 유쾌한 현장이기도 했다.
한편 정엽은 콘서트 이후에도 바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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