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출신 배우 정유진이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통쾌한 일침으로 안방극장의 시선을 빼앗았다. 이준과 고아성을 갈라놓고 자신을 끼워놓으려는 어른들의 눈에 뻔히 보이는 속셈에 찬물을 확 끼얹으며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 첫 발을 디딘 정유진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유진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재벌 장회장과 지영라(백지연 분)의 딸인 장현수를 맡고 있다. 한인상(이준 분)이 결혼한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다소 질척거렸던 현수는 지난 25일 방송된 27회를 기점으로 확 달라졌다. 바로 서봄(고아성 분)과 친해진 후 인상과 서봄의 사랑을 방해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것.
최연희(유호정 분)가 자신을 새 며느리로 삼으려는 의중을 알게 된 후 현수는 판을 뒤흔들어버렸다. 그는 “나한테 모욕이다. 인상과 서봄 사이에 끼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랑을 해본 적도 없고 받아본 적도 없지 않느냐. 걔넨 서로가 서로에게 몰빵을 했다. 아저씨와 무슨 마음으로 결혼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설렜던 적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깐 두 사람 사랑 우습게 보고 저까지 우습게 보는 거다”라고 일침을 가하며 연희가 더 이상 자신과 인상을 연결시키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돌려말하는 법 없고, 심지어 연희의 자존심을 구겨버리는 이 같은 상처 후벼파기의 효과는 상당했다. 연희가 크게 당황하며 뭉개진 자존심을 회복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듯 보였기 때문. 무엇보다도 현수가 인상에게 “걱정마라. 나 꼭두각시 안 한다”라고 더 이상 집적거리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모습은 이날 방송된 이야기 중 가장 속시원한 부분이었다.
그동안 인상을 가지지 못해 미련을 떨치지 못했던 현수가 정신 차리는 ‘각성’의 순간이 이렇게 짜릿할 줄이야. 인상과 봄이 사이의 걸림돌 같았던 그가 연희를 충격에 몰아넣는 시원한 발언을 쏟아낸 후 그 어떤 여장부보다 씩씩하게 걷는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도 현수가 이렇게 확실한 교통정리를 해줄 것이라 예상 못했기에 더 짜릿했다. 안판석 PD는 현수가 인상의 집으로 가기 전 영라의 부추김에 묘한 표정 변화를 담았다. 이 표정이 알고 보니 시원한 일갈의 전초전이었지만, 사실 인상과의 결혼을 덥썩 받아들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들었던 것도 있다. 예상하지 못해서 더 후련했던 순간인 셈이다.
정유진은 이번 작품이 첫 드라마. YG케이플러스 소속으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모델 활동을 했다. 유명 패션 브랜드 쇼에 올랐던 그는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늘씬하고 개성 있는 미모, 그리고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는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조금씩 비중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이 드라마는 작은 배역 하나도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현수 역의 정유진 역시 초반 간혹 얼굴만 나오던 것에서 중반 이후 인상과 봄이 사이를 훼방놓는 듯한 인상을 풍기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리고 27회에서 통쾌한 한 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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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