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는 허투루 넘길 등장인물이 없을 정도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인 유준상, 유호정, 이준, 고아성이 아니더라도 이야기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한 방을 품고 있는 것. 좀 더 다각도로 접근해서 풍성한 재미를 만드는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의 힘이다.
SBS ‘풍문으로 들었소’는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는 한정호(유준상 분) 가족과 주변 인물, 그리고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들이 얽히고설킨 갑을 관계를 다루고 있다. 보통 많은 드라마가 사랑, 가족애, 복수, 성공 등 익숙한 이야기를 하는데 ‘풍문으로 들었소’는 통속적인 범주를 벗어나 있다.
돈이 많든 적든 내면에 꿈틀거리는 인간의 속물근성을 다루는 큰 주제 의식 속에 다채로운 가지를 뻗어나간다. 비단 정호 가족 뿐 아니라 정호가 누리는 절대권력 철옹성의 균열을 노리는 이들의 반란, 정호와 사돈이 된 후 자괴감에서 비롯되는 노예근성을 드러내는 서봄(고아성 분) 가족의 울분, 정호와 동조하는 듯 보이나 연대 의식 따위 없는 상류 사회 일원들의 위선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인과 관계를 따질 수도 없고, 갈등 해결의 명확한 실마리도 찾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이어지니 향후 전개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제작진이 이 드라마의 이야기를 다방면으로 접근하다보니 등장인물들이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비중이 높다. 정호 가족의 수행 비서들의 파업 소동을 통해 돈이 없어도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진리를 강조하기도 했고, 오빠가 정호에게 당한 부당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다가 물거품이 된 민주영(장소연 분)의 절망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영라(백지연 분)를 통해 상류사회의 허세와 끝없는 욕망을 전달했고, 유신영(백지원 분)과 윤제훈(김권 분)을 통해 정호로 대변되는 기득권과의 싸움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워낙 한 줄기가 아닌 여러 줄기를 다루다보니 다른 드라마에서 ‘찬밥 신세’가 될 수 있는 조연들이 빛을 보는 것은 당연지사. 이 드라마가 유독 배우들의 재발견을 잘 이끌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우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품고 있어, 언제든 이야기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풍문으로 들었소’는 무려 30회 가까이 끌고 오면서 식상하지 않은 구성을 띠고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마주할 수 있고, 익숙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전개를 맛볼 수 있다.
종영까지 단 3회만 남은 ‘풍문으로 들었소’. 온전한 행복한 결말을 꿈꿀 수 없는 이 드라마가 어떻게 마무리를 할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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