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과 '국제시장'이 떠들썩했던 게 먼 옛날 같다.
'킹스맨'이 열광적인 팬덤을 구축하더니 '분노의 질주7'이 호평을 받고 '어벤져스2'가 광풍을 몰아친 후 '매드맥스4'와 '스파이'가 쌍끌이에 나선 모양새. '스물'이 잠깐 반짝했을 뿐, 한국 영화의 존재감이 영 미미하다.
이들 작품은 단순히 사람이 몰리는 정도가 아니라, 두번 보고 세번 보는 팬덤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기존 할리우드 영화 열풍과 결이 다르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블 팬은 물론이고 '킹스맨'의 B급 정서에 대한 뜨거운 열광, '매드맥스4'의 미친 속도감에 대한 강렬한 반응, '스파이'의 코미디에 상영관 내부가 하나가 돼서 웃음이 터지는 분위기 등이 관객들의 '완전히' 달라진 취향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 영화에는 십중 팔구 '앞에서 웃기고 뒤에서 울리는 건 진부하다', '반전이 빤히 보인다' 등의 반응을 내고 있다.
그럼 기회는 없는걸까. 첫 타자는 오는 27일 개봉하는 '무뢰한'이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혼신의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입소문을 타서 반격을 기대해볼만도 하다. 스토리보다는 분위기가 더 매혹적이라는 반응인데, 스토리가 좀 약해도 정서가 좋으면 터지는 전례는 '스물'이나 '매드맥스'로 입증한 바 있어 포기하긴 이르다.
다만 경쟁작이 세다. 조지 클루니의 '투모로우 랜드', 걸파워를 이을 '피치 퍼펙트2', '매드맥스' 톰 하디의 신작 '차일드44'가 포진했다.
그 다음 타자는 6월4일 개봉하는 '은밀한 유혹'이다. 임수정, 유연석이라는 신선한 조합에 신데렐라 스토리를 엮었다. '너무' 익숙한 스토리라는 점은 꽤 위험한데, 얼마나 다르게 풀어냈는지가 관건이다.
가장 큰 기대작은 6월11일에 개봉하는 '연평해전'이다. 전국민이 아는 실화를 소재로 해서, 흥행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를 갖췄다. 더구나 김대중 정부 당시 남북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영화 내외적으로 매우 핫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경쟁작이 '너무' 세다는 것. '쥬라기 월드'가 같은 날 개봉한다. 최근 감동 코드에 심드렁하고 스케일과 독특한 세계관에 매혹되는 경향이 강한 관객들에겐 '쥬라기 월드'가 좀 더 구미를 당길 수 있다. 만약 이대로 대세가 '쥬라기 월드'로 넘어간다면, 한국 영화의 침체가 단순히 한두작품의 문제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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