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상속을 포기하고 사랑을 택한 남자. 그런 아들을 '퇴출' 시킨 아버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최후의 선택까지 한 이들이 결국 어떤 결말을 맺을까.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28회에서는 한인상(이준 분)이 결국 상속을 포기하고 서봄(고아성 분)을 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인상은 "실패작이 되진 않을 거라고" 편지를 남기고 자신의 인생을 택했다.
인상은 서봄과의 이혼 과정에 한정호(유준상 분)가 개입하고, 또 진영 문제로 서봄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괴로워했다. 여전히 서봄을 사랑하는 인상은 김진애(윤복인 분)에게 "서봄을 내쫓아달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내며 서봄과 함께 있고 싶어 했다.
그러나 서봄은 전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인상은 결국 사랑을 택하면서 가족과 등지게 됐다. 인상의 돌발 행동에 한정호는 '퇴출'을 선언했고, 서봄은 인상과의 재회에 기뻐했다. 이상 역시 불안함이 있었지만 서봄과 재회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계획하기 위해 애썼다.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함없었고, 어쩌면 점점 더 단단해지는 모습이었다.
사실 인상이 상속을 포기하고 집을 나와 서봄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동안 한정호 품에서 그의 계획대로, 또 풍족한 삶을 살아오던 그가 아무것도 없이 불안한 마음만 가지고 서봄을 선택하기에는 확실히 잃는 게 많았기 때문. 서봄을 택했지만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제적인 것이었다. 남부럽지 않게 풍요로운 생활을 해왔던 그가 서봄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들까지 키워내야 하는 상황. 이제 철저하게 을이 된 셈이다. 한편으로는 인상의 선택이 현실적이지 않고 무모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특히 결국 인상이 한정호의 뜻을 굽히고 서봄과 해피엔딩을 이룰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손에 꼽히는 로펌 대표인 한정호는 일에서 만큼은 냉철하고 또 뛰어난 수완가다. 철저하게 갑과 을을 구분하고, 이른바 '갑질'을 생활화한 그가 자신을 배신한 인상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이제는 갑의 아들도, 작은 사모님도 아닌 인상과 서봄이 여전이 거대한 권력의 한정호를 꺾을 수 있을지, 한정호는 퇴출된 아들과 이대로 등을지게 될지, 또 인상이 갑에서 을이 된 후 생활에 어떻게 적응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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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