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최민식, 모두를 부끄럽게 만든 큰 배우의 수상소감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5.05.27 06: 59

지난 해 이순신 장군이라는 역할에 걸맞은 무거운 연기로 어마어마한 관객을 모았던 영화 ‘명량’의 주인공 최민식이 지난 대종상영화제에 이어 제 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도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무엇보다 이날 주목 받았던 건 연기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책임감이 엿보이는 그의 수상소감이었다.
최민식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후배들의 축하를 뒤로 한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얗게 샌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무대에 오른 그는 생각할 말을 정리하는 듯 한참을 입을 열지 못했다.
고심 끝에 최민식이 처음으로 한 말은 “임권택 감독님과 계시고 안성기 선배님도 계셔서 쑥스럽다”였다. 벌써 연기 경력 26년째의 베테랑 배우이지만 선배들 앞에서는 여전히 겸손한 그의 태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는 대상의 영광을 안겨준 ‘명량’에 대해서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렸지만 ‘명량’이라는 작품은 저에게 뜻 깊은 영화였던 건 분명하다”라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는 “턱도 없는 미천한 몸뚱이와 생각으로 너무나 부족함을, 좌절감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정말 많이 공부해야겠구나. 이 놈의 일은 정말 끝이 없구나’라는 엄청난 중압감에 다시 한 번 시달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라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제 3자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졌다. ‘레전드’라 불릴 만큼 연기력을 입증 받은 최민식의 모습 뒤 피나는 노력과 끝없는 고뇌의 흔적이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흔적은 배우를 꿈꾸던 고등학생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요즘 ‘대호’라는 작품을 찍으며 ‘미션’의 OST를 즐겨 듣고 있다”며 “지금 작업하고 있는 영화와 정서적으로 잘 맞닿아있다. 군대 첫 휴가 나왔을 때 서울 극장에서 봤던 영화가 '미션'이다. 갑자기 그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이번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참석하러 부산에서 새벽에 올라오며 많은 생각을 했다. 20대, 더 거슬러 올라가서 고등학생 때 영화, 연극을 하고 싶다고 꿈을 꿨던 그때의 최민식과 지금의 최민식이 얼마나 맞닿아있는지를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말 부끄러웠다"며 "너무 많이 변했고, 물들었고, 좋은 작품을 이야기하기보다 이 영화가 흥행이 될 것이냐, 안 될 것이냐부터 이야기하게 됐다"라며 잠시 길을 잃은 자신에 자책도 했다. 또한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여백을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져서 지켜보겠다. 세상 살면서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항상 느끼고 자위해보지만 그래도 끝까지 그 여백을 지켜보도록 노력하고 더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도록 더욱 더 노력하겠다”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오직 연기라는 한 가지 꿈을 향해 달려온 삶에 대한 최민식의 무겁지만 순수한 진심은 시상식장에 앉아 있던 연기자 후배들뿐만 아니라 소감을 듣는 모든 이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한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기도 전에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기웃기웃 거리는 일은 요즘 우리의 주변에서 굉장히 찾아보기 쉽기 때문이다. 이같이 연기만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그의 외골수적인 면이 ‘레전드’라 불리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인 셈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연기에만 올인하는 노력을 기반으로 한 중독 같은 즐거움이 있기에 최민식의 연기 인생은 아직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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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백상예술대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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