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백선생’ 백종원, 슈가보이가 백블리로 변신할 때 '폼나쥬?'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5.27 06: 58

“폼나쥬?” 구수한 입담의 남자가 바삐 움직인다. 큼지막한 칼로 목살을 먹기 좋게 잘라낸다. 분주한 것은 손만이 아니다. 상당히 수다스럽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그의 조언들을 듣고 있자면 어느새 뚝딱 요리가 완성된다. “우리끼리 이야기”라면서 ‘사기’를 빙자한 비책들까지 알려준다. 백종원은 제목 그대로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이하 백선생)의 즐거움이다.
지난 26일 방송된 ‘백선생’ 2회는 ‘김치전(戰)’ 편으로 꾸며졌다. 이에 요리 초보인 김구라, 윤상, 박정철, 손호준은 김치부침개와 김치찌개 등 김치를 주재료로 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요리전문가이자 이들의 스승 백종원은 이들을 지도했다.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그였지만, 유용하면서 손쉬운 레시피는 시청자들을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넘치는 인간미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그는 오랜만에 도전한 전 뒤집기에 성공하자 신난 표정이었다. 다른 출연진들이 곧잘 따라하자 “눈으로 학습이 되서 그렇다. 본인이 잘하는 게 아니다”라는 귀여운 질투심을 드러냈다. 엉겁결에 본인 식당의 영업 노하우를 밝힌 후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열심히 하는 제자들 때문에 의도치 않게 공개했다. 가정에서 하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식당에서 따라 하면 안 된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백종원 1인의 매력에 의존한다면, ‘백선생’은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다를 바 없었다. ‘백선생’의 묘미는 다른 출연진들과의 어울림이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실력자 백종원이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지 보다 출연진들과의 조화가 더 중요했다. 의외로 아는 것이 많은 김구라, 초등학생 취향인 윤상, 해 본 것이 없는 박정철, 어딘가 어설픈 손호준. 제각각 각기 다른 입맛과 실력을 지닌 출연진들을 고루 이끌고 나가는 백종원의 리더십, 그것이 ‘백선생’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그 점에서 백종원은 타고난 수장이었다. 윤상을 이기고 기뻐하는 김구라에게 “너무 잘난 체 하지마라”고 일침을 날리는가 하면, 말수가 없는 손호준을 칭찬으로 독려하는 배려심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청출어람은 용납할 수 없다”, “내가 잘 가르쳐서 그렇다”라며 자화자찬으로 마무리 짓는 능청스러움에는 요리전문가로서의 자존심과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남다른 입담과 유연한 태도를 갖춘 ‘준비된 방송인’이란 사실도 분명했다.
최근 백종원을 비롯해 여럿 스타 요리전문가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백종원의 미덕은 자신의 유명세나 위치에 도취되지 않음이다. 사실상 그는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요리 과정에서 벌어진 자신의 사소한 실수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장점은 확실히 칭찬해 준다. 언제나 순수한 열정으로 요리를 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특정 컴퓨터 게임용 마우스를 따로 준비하는 반전까지 지닌 남자다. 이제 그를 ‘슈가보이’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별명보다는 ‘백블리’라는 애칭으로 불러야 할 때다.
jay@osen.co.kr
‘백선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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