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전현무가 일명 ‘비호감’ 캐릭터를 내세워 예능인으로 우뚝 섰다. KBS 아나운서로 출발해 예능판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구르며 백상예술대상 TV 남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쉽지 않은 가시밭길을 택한 용기와 깐족거리는 캐릭터를 밀어붙여 만들어낸 뿌듯한 성과다.
전현무는 지난 26일 열린 제 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남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MBC ‘나 혼자 산다’와 JTBC ‘비정상회담’으로 후보에 올랐고 김성주, 정형돈, 유세윤, 성시경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결과다.
전현무는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샤이니의 춤을 웃기게 소화하고 다소 가벼우면서도 친근한 행동으로 주목받았다. 아나운서의 정갈한 행동보다는 재치 있는 입담이 그의 주무기였다. 물론 안정적인 진행과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기에 그의 가벼운 예능 캐릭터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동시에 아나운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예능 제작진은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높이 샀다. 그래서 숱한 '러브콜'을 받았고, 더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할 시기가 왔다. 결국 전현무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안정적인 KBS 울타리를 벗어나 프리랜서 방송인의 길을 걷게 된 것. 그가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서 정글 같은 예능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아나운서라는 뿌리가 있기에 그의 재치 입담이 흥미로웠기에 ‘타이틀’을 빼면 방송인 전현무의 가치가 내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다소 우려 반, 기대 반의 시선 속에 전현무는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종합편성채널과 MBC를 중심으로 섭외가 들어오는대로 출연했다. 가리지 않았다. JTBC ‘히든싱어’에서는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정갈한 진행을 했고,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예능인으로서 자신을 내려놓고 웃기기 시작했다.
특유의 깐족거리면서 주변 사람들과 재밌는 조합을 만들어내는 친근함이 그의 장점이었다. 어디에 있어도 촐싹거리면서 어울림이 뛰어나 위화감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예능프로그램에 갖다놔도 어색하지 않은 강점이 있다. 몸을 쓰며 개그를 해야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정돈된 말솜씨를 보여야 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비호감이 캐릭터가 됐고, 호감으로 바뀌었다. 지난 3년여 동안 그가 이뤄낸 뿌듯한 성과다. 전현무는 수상 후 “촌스러운 이야기지만 연예인이 된지 3년 됐다. KBS를 박차고 나와 신동엽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3년 동안 신동엽은 못됐지만 전현무가 됐다. KBS 동료들, 선배들이 3년 뒤에 돌아올 때는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했는데 이 트로피를 들고 멋있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라고 가슴 벅찬 소감을 남겼다. 트로피가 그의 값진 노력과 성과를 완벽히 대변해주는 일은 아니겠지만, 일단 지난 3년간 차곡차곡 쌓아올린 벽돌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보여줬다. 미운 오리 새끼가 화려한 백조가 된 순간이었다.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