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떳떳한 아버지' 말고 다른 이유를 듣고 싶다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5.27 18: 24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
유승준은 매우 여러차례 말했다. 지난 13년간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아들 앞에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13년만에 직접 사죄의 뜻을 밝힌다고 말이다.
훈훈하다. 그게 아버지의 마음일 것이다. 무려 한 나라의 국민 대부분이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바로잡고 싶을테다. 유승준은 이를 위해 "논란이 있을 걸 알면서도" 용기를 냈다. 그에게 '새삼' 쏟아지는 온갖 욕설과 의혹들을 떠올리면, 진짜 보통 용기가 필요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다. 훈훈하긴 한데 그가 한국 땅을 밟을 이유로는 좀 부족하다.
그가 떳떳한 아버지가 되는 건 '개인'의 일이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 들어오는 건 '개인'의 일이 아니다. 법무부장관이 나서야 하는 '국가'의 일이다.
그래서 자꾸만 '떳떳한 아버지'를 내세운 그의 사죄는 어딘가 덜거덕거린다. 한국인 대다수는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을 기억하고 있다. 그가 결혼했다는 사실도,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런 그가 떳떳한 아버지가 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은 당연히 크게 와닿지 않는다. 와닿는다 해도, 이미 '미운 사람'이다. 그 미운 사람의 개인적인 바람까지 들어줄 마음, 당연히 없다.
유승준이 사죄하는 이유는 '진짜' 사죄를 하고 싶어서여야 할 것이다.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니라, 정말 국민들에게 미안해서여야 할 것이다. 13년전 자신을 철썩같이 믿었던, 그와 병역의 의무를 나눈다며 기뻐했던(그때만 해도, 미국 교포 스타의 군입대는 그런 힘을 가졌었다) 국민들의 뒤통수를 친 것에 대한 확실한 사죄 말이다. 
국민들이 (만약 맘을 열고 싶다면) 가장 듣고 싶은 건 바로 그 부분일 것이다. 해외진출이, 아버지의 설득이, 국민과의 약속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당시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다. 사실 그동안은 그럭저럭 살아왔지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다는 사실은, 국민들이 진짜 궁금해하거나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니다. 설사 이게 가장 솔직한 이유라 할지라도 그렇다.
물론 유승준이 당시 선택에 대해 후회와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 그는 당시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던 상황과 자신의 부족함도 분명 언급했다. 그가 터뜨린 울음이 무조건 연기라고 냉소하기도 어렵다. 그가 얄밉긴 하지만, 세금 때문에, 향후 중국에서의 더 넓은 활동을 위해 이같은 일을 벌였다고까지 몰아세우는 건 지나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뭔가 변죽만 울린 느낌도 분명 있다. 실제 진심이 어떻든간에, 울기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리 영리한 전략이 아니었다. 감성에 호소하기엔 너무 먼 강을 건너왔다. 두차례의 사죄로 이미 '피로감'을 토로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지금, 유승준이 또 다시 대중 앞에 설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또 한번 기회를 잡는다면, 그땐 다른 사죄를 받고 싶다.
유승준 '개인'이 처한 절박한 상황보다는, 당시 그의 노래를 듣고 좋아했던 팬들, 나아가 그의 징병검사 뉴스를 보고 "그래, 나도 즐겁게 군대가야지"라고 했던 국민들의 '조각난 마음'을 달랠만한, 진짜 사죄와 반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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