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 그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한 험난한 여정과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감동. 이는 이미 ‘투모로우’, ‘2012’ 등 할리우드 재난영화들에서 수없이 다뤄진 주제다. ‘샌 안드레아스’ 역시 이러한 고전 재난영화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따르지만, 흔한 영화적 상상력이 아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기반으로 하며 차별을 뒀다.
27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샌 안드레아스'는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듯 생동감 넘치는 지진신과 긴장감이 팽팽한 순간에도 등장하는 미국식 유머 코드로 스릴과 재미 모두를 잡았다.
‘샌 안드레아스’는 제목 그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1,00km를 가로지르는 단층대를 의미한다. 지난 1906년 약 1,400명의 사상자를 내며 역사상 최대의 지진으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사건을 다룬 내용인 만큼 ‘샌 안드레아스’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보는 내내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몰입할 수 있는 극사실주의다.
먼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네바다 후버 댐의 지진신은 지옥을 방불케 할 만큼 혼란스럽고 끔찍하지만 한편으로 눈을 뗄 수 없는 장관이다. 가장 높게, 가장 화려하게 경쟁이라도 하듯 세워진 고층 건물들이 대자연의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장면은 묘한 쾌감까지 불러온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에게 이는 현실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외면하고 밀어내는 인간의 본능을 표현한 장면은 어쩌면 첨단기술과 3D로 구현한 영상보다 더욱 사실적일지도 모른다. 또한 관객들이 인물에 동화될 수 있도록 신경 쓴 듯한 카메라 관점과 생생한 음향은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위험에 처한 많은 이들을 구하지만 가족과는 멀어진 외로운 영웅 레이(드웨이 존슨 분)와 여느 청순가련한 여주인공과 달리 주체적이고 현명함을 가진 그의 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분)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전형적이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스토리 라인을 보장한다.
리얼리티를 살렸기에 공감되고, 고전 재난 영화의 틀을 따랐기에 매끄럽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 변모하는 인간의 본성과 언제고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안이한 이들에게 주는 경각심 또한 눈 여겨 볼 만하다.
6월 4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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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 안드레아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