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가면’이 어떻게 60분이 흘러가는지 모를 휘몰아치는 전개로 첫 방송을 마쳤다. 아직 1회밖에 방송되지 않았는데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관심이 가는 흡인력 높은 이야기를 뽐냈다. 바로 뒷이야기도 예측이 되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 배우들의 열연, 시선을 끌어당기는 연출 등 인기 드라마가 갖춰야 할 삼박자가 어우러졌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가면’은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지켜주는 남자를 통해 진정한 인생과 사랑의 가치를 깨닫는 격정 멜로 드라마.
똑같은 얼굴을 한 가난한 변지숙이 권력가의 딸 서은하의 삶을 살면서 벌어지는 경쟁과 암투, 음모와 복수, 비밀을 담을 예정이다. 이 드라마는 첫 방송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같은 얼굴의 지숙과 은하, 재벌가 일원이나 한가지씩 결핍 요소가 있는 최민우(주지훈 분), 민석훈(연정훈 분), 최미연(유인영 분)의 삶이 그려졌다. 민우는 강박증, 석훈은 자격지심, 미연은 애정결핍에 휩싸여 있는 인물이었다.
첫 방송만 봐도 지숙이 은하로 위장을 하면서 벌어질 이야기들이 상당히 흥미로울 것으로 예상됐다. 적당히 자극적이며 착착 감기는 맛이 있었다. 물론 이야기 얼개는 세련됐지만 사실 기본적인 토대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위장이라는 비밀 속에 극중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갈등을 펼쳐놓는 전개가 예상됐다. 제작진은 1회의 시작과 마지막 장면을 의도적으로 시간 역순으로 배치했는데, 이 같은 뒤틀린 전개는 베일에 감춰진 맛이 있었다.
다소 신선도는 떨어진다고 해도 즐거움이 있었다. 빠른 속도로 인물들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였는데, 쉴 틈 없는 속도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비밀’을 집필하며 재밌는 통속 드라마를 만들었던 최호철 작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상속자들’을 통해 인기 드라마를 만들 줄 아는 부성철 감독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졌다.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는 이 드라마의 묘미 중에 하나였다. 1인 2역을 하며 성격이 다른 두 여자를 완벽하게 표현한 수애. 수애는 최상류층과 하류층의 격차 있는 삶을 사는 두 여자를 표정의 차이만으로도 확실한 구별점을 줬다. 우아하면서도 도도한 은하와, 어리숙하면서도 강단 있는 지숙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1인 2역의 어색함 없이 연기를 하는 수애 덕에 같은 얼굴을 하는 다른 여자를 보는 느낌은 묘했다.
주지훈은 강박증 있는 민우를 연기하는데 있어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다. 극중 장치인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어두웠다가 밝아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한순간에 마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한 표정 연기를 펼쳤다. 감정의 변화가 심한 인물을 연기하며 이 드라마가 가진 긴박감이 넘치는데 일조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부부 연기를 펼친 연정훈과 유인영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많은 비밀을 품은 듯한 모습을 연기했다. 특히 연정훈은 온몸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이 따뜻한 느낌의 연정훈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잊게 했다. 유인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은 시선을 끌어당겼다.
한편 이날 '가면'은 민우와 계약 결혼을 앞둔 은하가 물에 빠져 사망한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 지숙이 은하의 삶을 대신 살게 될 것을 암시하는 장치가 곳곳에 펼쳐지며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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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