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을 벗은 ‘가면’ 속 주지훈은 딱 ‘미친놈’이었다. 강박증으로 정신이상을 앓고 있는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이를 연기하는 그의 연기력 자체가 미친 것 같았다.
초점 잃은 눈동자로 정신 나간 표정을 세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오열하는 눈물연기까지 선보이며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극도로 끌어올린 바. 극중 인물들과 대립각을 세울 때는 긴장감을 조성하다가도 다소 코믹한 장면에서는 귀여운 매력까지 발산했다. 근사한 식스팩 공개는 덤이다.
지난 27일 오후 SBS 수목드라마 ‘가면’(연출 부성철, 극본 최호철)가 처음으로 전파를 탔다. 이 드라마는 방송 전부터 수애의 1인2역 연기로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작품. 상대적으로 남자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가 덜했는데, 첫 방송부터 주지훈의 연기력이 빛을 보면서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켜 놨다.
주지훈이 연기하는 최민우는 위생과 위치, 순서에 대한 강박증이 있으며 예민하고 화를 잘 내는 캐릭터다. 친모가 호수에 빠져 죽는 모습을 목격한 후부터 물에 대한 공포심이 생기기도 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사랑 받은 기억이 없으며, 이에 사랑을 주는 방법도 모른다. SJ그룹 최회장 첩의 자식으로 상속자이기도 하다.
이제 10년차 배우의 내공이 제법 뿜어져 나온다. 강박증을 표현하는 주지훈의 연기력이 꽤나 인상적. 정신과 전문의인 김교수(주진모 분)과 상당하던 중 “난 미치지 않았어”라며 폭발하며 오열하는 장면과 환영을 보고 멍하게 지어보이는 표정 연기 등이 일품이었다. 또한 자신의 계모인 송여사(박준금 분)이나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는 파트너 서은하(수애 분)과 대립할 때는 냉소적이면서도 차분한 카리스마를 자랑하기도 했다.
은하의 도플갱어 변지숙(수애 분)과 보여준 호흡은 코믹하고 재미있었다. 술에 취한 그를 은하인 줄 알고 호텔로 데려오면서 펼쳐지는 일련의 에피소드가 웃음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토사물이 옷에 묻자 기겁하며 샤워실로 달려가는 모습, 변기를 붙들고 기절한 지숙을 피하려다가 알몸으로 욕실 바닥에 널브러지는 장면 등이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케미’는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를 더 할만 했다.
분명 코믹한 분위기가 연출됐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은하와 팽팽히 대립하면서 이날 클라이맥스를 찍었다. 식사 중 두 사람은 논쟁을 벌였고, 이후 장면에서는 은하가 수영장에 의식이 없는 듯한 모습으로 빠져 있는 모습이 등장했다. 그 옆에서 민우는 정신병이 발동한 표정을 하고 있어 궁금증과 스릴을 동시에 안기기도 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애는 연기에 정평이 나 있는 배우다. 주지훈은 이 드라마에서 두 명의 수애를 커버하면서 밀리지 않는 집중력과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전개를 맞게 될지, 어떤 연기들이 펼쳐질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지훈이 ‘미친’ 연기로 기분 좋게 드라마의 첫 시작을 알렸다는 것이다.
joonamana@osen.co.kr SBS '가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