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래자랑', 송해 없는 예심도 재밌는 이유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5.31 07: 16

예심이 더 재밌다는 소문을 듣고 찾은 '전국 노래자랑'. 결론부터 말하면 소문 그대로였다.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부담 없이 목청을 높이는 곳. '전국노래자랑'의 예심 무대는 사람 냄새 가득한 지역 축제의 장으로 정과 웃음이 흘러넘쳤다.
지난 24일 충북 단양의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전국노래자랑' 예심이 열렸다. 이는 70분 방송을 위해 2박3일 동안 진행되는 '전국노래자랑'의 첫 일정. 축제를 알리는 '전국 노래자랑'의 오프닝 시그널이 경쾌하게 울리면 35년 차 MC 송해의 목소리가 자동 연상되며 저절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온다.
단양 편의 예심 참가자는 200여 명. 오후 1시 시작된 예심은 5시간가량 진행됐지만, 긴 시간 내내 웃음소리는 끊일 줄 몰랐다. 이는 '전국 노래자랑'의 27년 차 정한욱 작가가 있기 때문이다. 35년 차 MC 송해가 본선 무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한바탕 놀이를 펼친다면, 이 놀이의 판을 짜는 정한욱 작가는 참가자들에게서 다양한 사연과 이들이 가장 잘 놀 수 있는 노래를 뽑아내는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안목으로 예심을 통솔하고 있었다. 그가 '예심의 송해'로 불리는 이유다.

출연자의 노래를 듣는 동시에 나이별 성별로 나눠 참가자 라인업을 실시간으로 짜는 그는 27년 동안 그를 거쳐 간 셀 수 없는 참가자 중에서도 두 번 이상 '전국 노래자랑' 무대에 오른 참가자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보는 매서운 눈썰미를 발휘했다.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농담을 자유자재로 던지고, 잘하는 것보다 재밌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수없이 강조하지만, 그래도 어설픈 건 가차 없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전국 방송되는 TV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완성도는 필요하기 때문. 본선 무대의 '땡'이 큰 웃음을 안기는 장치로 사용된다면, 예심의 '수고하셨습니다'에는 본업을 잠시 뒤로 하고 '전국 노래자랑'을 위해 시간을 내어준 참가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듬뿍 담겨있다.
이날 춤추고 노래하는 86세 할아버지, 송해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 나왔다는 할머니부터 친구들끼리 짝을 지어 나온 귀여운 중학생 소녀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꼬마 아이 등이 '수고하셨습니다'를 들어도 웃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탈락에도 이들이 불만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건, 정 작가가 다소 난감한 실력을 보이는 참가자들에게도 노래할 충분한 시간을 주며 이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참가자들이 농사나 가게 홍보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 무반주에도 흥겨운 춤사위가 가능한 곳이 바로 '전국 노래자랑'이었다.
본선이 축제의 정점이라면, 지역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예심은 조금 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풍성했다.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등 노래 선수들의 경연이 아닌, 누구나 한 번쯤 나가볼 생각이 들게 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이 무대는 '전국 노래자랑'의 독보적인 장수 비결을 오롯이 품고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 안 다녀본 곳 없이, 일주일에 6일을 '전국 노래자랑'과 함께 하는 정작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국 노래자랑'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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