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여우 같이 얄미운 둘째 며느리인데 그녀의 말과 행동은 밉지가 않다. 왠지 귀엽고 측은하다. 이태란이 오늘은 또 어떤 스타일로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와 무슨 말로 사람 속을 뒤집어 놓을지 기다리게 된다.
이태란은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 연출 김근홍 박상훈)에서 강진명(오대규 분)의 아내 최홍란을 연기한다. 배우 출신으로 화려한 외모를 지닌 홍란의 캐릭터를 이태란이 잘 살려내고 있는 중이다.
이태란은 화려한 홍란을 표현하기 위해 진한 메이크업에 밝고 풍성한 헤어스타일, 환한 의상을 선택했다. 다친 마음에 한 번 더 생채기를 내는 독하고 차가운 말투로 홍란의 내면을 그려낸다. 하지만 이 같은 철 없는 행동은 마치 사랑을 받지 못해 앙탈을 부리는 어린 아이 같다. 그래서 홍란을 대놓고 미워하기에는 왠지 안타깝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배우지만 집에서만은 천덕꾸러기. 남편 진명도 형수(하희라 분)를 더 신경쓰고 위로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그녀에게 나은수(하희라 분)는 질시의 대상이다. 병약한 조카 현서(천둥 분)가 집안의 후계자가 되는 것도 참을 수 없다. 그래서 골프를 하던 아들에게 공부를 해보라고 밀고 있다.
30일 방송에서 결국 시아버지(이순재 분)에게 아들을 공부시켜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들었고, 후계자를 향한 은수와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런 와중에 형수의 눈치를 보는 남편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 남편이 그럴수록 홍란은 더 은수에게 표독하게 굴었다. 간호사 효정과 사랑에 빠진 현서의 편을 들며 일부러 은수를 더 약올렸다.
앙칼진 이태란의 모습은 전작 '왕가네 식구들'의 왕호박과 상반된다. 집안을 먹여살리기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일하던 호박과 회장며느리 홍란이 분명 이태란인데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이태란만의 캐릭터 해석력이 돋보인다. 은수를 울리는 홍란의 모습을 더 자주 보고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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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울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