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결혼,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것들이 있다. 뜨거운 취재열기와 그 속에서 빛나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으리으리한 호텔 예식장에 시상식장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연예인 하객 등 일반적인 결혼식보다 조금 더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풍경이 그것. 보통 사람들도 결혼을 하면 복잡하고 긴박한 상황들 속에 정신이 쏙 빠져나간다고들 하는데, 수많은 하객 뿐 아니라 대중의 관심까지 더불어 받는 연예인들은 그보다 더한 부담을 안고 결혼식을 올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결혼식의 풍토를 깨고자 하는 ‘선구자격’ 연예인들이 등장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몰웨딩’이라고 불러도 좋을 이 연예인들의 결혼식은 평범함 보다는 특별함을 추구하는 연예인들의 성향, 허례허식보다 의미를 추구하는 최근의 예식 트렌드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특히 지난 30일 갑작스럽게 알려진 원빈·이나영의 결혼식은 평소 신비주의를 지향하던 두 배우의 성향과 꼭 맞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시 한 번 연예계 유행이 되고 있는 ‘스몰웨딩’의 예를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원빈·이나영은 지난 30일 소속사 보도자료를 통해 원빈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에서 결혼한 사실을 밝혔고, 두 사람의 소감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이처럼 극비리에 가족들만 모인 결혼식을 연 이유에 대해 “긴 시간 그려왔던 둘 만의 결혼식 풍경이 있었다”며 “둘이 함께 예식이 열릴 들판을 찾고 테이블에 놓일 꽃 한송이까지 손수 결정하며 하나 하나 준비해 온 시간이었다. 이렇게 기다려 온 일생에 한번 뿐인 오늘에 대해 다른 이의 입이 아니라 저희가 직접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스몰웨딩’이라는 개념을 대중에 가장 먼저 각인시킨 것은 가수 이효리·이상순 커플이다. 결혼 전부터 ‘식 없는 결혼식’을 이야기하던 이효리는 지난 2013년 8월 제주도에서 극비로 가족과 친척, 가까운 지인들만 불러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 같은 결혼식은 소셜테이녀 이효리의 위상을 높여줬고, 전례가 없었기에 기행이라고도 불렸다. 그럼에도 이효리의 블로그에 올라온 결혼식 사진들은 이전의 연예인 결혼식 사진에서 볼 수 없는 자유로움과 개성으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았고, 특히 의미 있고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뭇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효리·이상순의 결혼식은 이처럼 ‘이렇게도 결혼을 할 수 있구나’를 보여준 첫 번째 ‘스몰웨딩’의 예가 됐다.
그 해 ‘스몰웨딩’의 바통을 이어받은 커플은 조정치·정인 커플이다. 오랜 연인으로 알려졌던 두 사람은 11월 어느 날 마포구청에 혼인신고를 하고 절친 소이에게 부케를 넘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결혼 사실을 알렸다. 이어 조정치·정인은 둘만의 지리산에서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하며 뮤지션의 소탈하면서도 개성 있는 결혼식을 보여줘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최근 ‘스몰웨딩’으로 주목을 받은 이는 방송인 김나영이다. 김나영은 지난 4월 결혼식을 올렸는데,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대중에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로 결혼식을 깜짝 공개했고, 소속사를 통해 “대학 시절부터 줄곧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지금 제 옆에 있는 사람도 미래를 시작하는 첫 단추인 만큼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결혼이었으면 좋겠다는 데 의견을 함께해주었습니다. 오늘의 첫걸음을 늘 마음에 새기며 안팎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작은 결혼식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는 연예인들의 ‘스몰웨딩’은 많은 돈을 들이기보다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고자 하는 최근의 결혼 트렌드와 맞아 떨어진다. 특히 일생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연예인들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루를 누군가의 방해나 과도한 관심없이 보낼 수 있다는 점은 ‘스몰웨딩’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서로에게 집중하는 결혼’, ‘둘만이 꿈꿔온 결혼’ 등은 ‘스몰웨딩’을 주창한 연예인들의 이야기 속에서 빠지지 않는 표현. 이는 그만큼 결혼식에 거는 의미가 ‘결혼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에서 ‘둘만의 약속’이라는 개념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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