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 민규동 감독 "너무 충격적? 아픈 과거 직시해야죠"[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05.31 09: 44

'민규동 감독' 하면 '섬세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가 해왔던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섬세함'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키친', '오감도' 그리고 '내 아내의 모든 것'까지. 굳이 성별을 따지자면 민규동 감독의 영화는 '여성'과 가까웠다.
그런데 '간신'은 조금 다르다. 섬세함, 여성적인 터치를 엿볼 순 있지만 선뜻 이 작품이 민규동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민규동 감독에게서 처음 만나본 사극인 것도 그렇고, 남성이 위주가 될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소재들이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연산군을 위해 전국 1만 미녀를 징집하는 채홍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민규동 감독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긴다.
감독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란 사실을. 하지만 그걸 피하고 싶진 않았다. 채홍이라는 사건이 발생한 아픈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의 '간신'이 탄생했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너무 많이 나갔나 싶어요"라며 웃어보이는 민규동 감독이었다.

"그동안 왜 채홍에 관한 이야기가 다뤄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수많은 궁중암투 속에서 여성들은 그저 엑스트라에 불과하구나 생각을 했죠. 때문에 채홍사 이야기를 하면서 15세로 한다는건 겉핥기에 그칠 것 같았습니다. 과거를 직시하는 방식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정면으로 응시한 뒤 자유로워져야 하지 않나 생각했죠. 그래서 조금 더 사실적인 묘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서 많이 나갔었나 생각을 할 수도 있죠(웃음). 지금은 너무 뜨겁게 있는 상황이라 아직 제가 거리를 두고 못봐서요. 하하. 하지만 한국 관객들의 눈이 굉장히 높아졌거든요. 새로운 파격이 있는 영화도 다양한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고 소화할 수 있다고 믿어서 밀고 나갔습니다."
 
그런 충격을 소화해준 배우들에게 민규동 감독은 고마워했다. 무엇보다 채홍된 여성들을 연기한 수많은 여성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어느 정도의 노출도 있고 쉽지 않은 연기였기에 여배우들의 고생을 충분히 공감한 그는 "수위가 높아서 삭제될 수도 있다고 하면 되려 안된다고 외치는 배우들이에요"라며 고맙고 대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제가 운이 좋았죠. 조단역 모두가 쉽지 않은 연기를 했을 텐데 희생된 여자들의 처절함이나 고달픔이 제대로 표현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들 공감해줘서 고마웠습니다. 영화 수위에 대한 갈등도 있었지만 제가 수위가 높아서 삭제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외치는 친구들이여서 고마웠죠. 용기를 내줘서 대견하기도 하고요."
그간의 작품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영화의 결에 팬들이 놀라겠다는 말을 건네자 "제게 팬이 있나요"라며 껄껄껄 웃어보인 민규동 감독은 자신도 낯선 장르와 이야기에 주눅들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제가 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뤄왔었죠. 남자들이 권력을 쥐고 여성들이 대상화돼서 폭력에 희생당하는 이야기는 저한테도 낯선 이야기에요. 그래서 주눅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리고 숨기지 말고 적나라하게 정면으로 비춰주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민규동 감독의 '파격적인 일탈'은 계속될까. 그는 자기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끊임없는 배신'으로 설명했다. 자기 스스로를 계속해서 배신하며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것. 때문에 앞으로도 민규동 감독의 '배신'을 또 한번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저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배신하고 일탈하면서 영화를 만들어 온 것 같아요. 이번 사극도 마찬가지죠. 19금 사극이라는 것이 내가 입고 다니는 옷과 잘 맞는게 아니였기 때문에 스스로 나를 던져본 거였어요. 앞으로 나에게 더 맞는 영화를 찾아 떠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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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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