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찌라시인데, 쓰실 거예요?"
지난 20일 일명 '찌라시'를 통해 원빈, 이나영의 결혼설이 파다했을 때, 두 사람의 소속사 이든나인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나는 '찌라시 따위'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괜히 뜨끔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만 재차 확인했었다.
그리고 지난 30일, 두 사람은 강원도의 '이름 없는' 밀밭 작은 오솔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며 동화 오프닝 뺨치는 아름다운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다른 이의 입이 아니라 저희가 직접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는 입장도 추가했다. 애초에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그대로 믿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작 열흘만에 뒤집힌 건 너무했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한가지. 연예부 기자와 전화통화로 알리는 건 '간접' 알리는 거고, 보도자료를 연예부 기자에게 줘서 알리는 건 '직접' 알리는 건가.
또 이같이 '직접' 알리겠다는 계획이, 불과 열흘 전 '직접' 한 거짓말을 정당화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카더라'를 주축으로 한 찌라시가 맞고, 소속사의 발표를 보도한 연예매체들은 틀린 셈이 됐다.
물론 이들의 거짓말을 끝까지 추궁해 잘잘못을 따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들의 결혼은 경제나 사회 근간을 쥐고 흔들 문제도 아닐 뿐더러, 사적인 영역에 대한 입장 발표의 진위 여부를 두고 열을 올리는 것 역시 지나치게 한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난감한 상황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오랜기간 극비리에 준비해온 결혼식이 찌라시를 통해 먼저 알려진 낭패감은 꽤 컸을 것이다. 연예인이 찌라시에 대처해 반드시 공식입장을 내놓을 필요도 없고, 그 입장이 반드시 진실일 필요도 없다. 작은 결혼식의 기본 철칙은 비밀인데, 그 비밀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까지 탓할 사람도 없다.
다만 씁쓸하긴 하다. 결국 '진실'에 근접했던 건, 찌라시거나 파파라치였다. 톱스타의 소박한 결혼식도 좋고,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소신도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 거짓말도 불사해 불신까지 키우게 됐다는 점은 영 아쉽다.
극비와 거짓말은 종이 한장 차이지만,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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