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할 일 없는 이들로 여겨지기도 하는 네티즌이 방송 하나 살렸다. 바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언제나처럼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네티즌의 재밌는 수다를 방송에 활용하며 재미를 높이는 것. 이 프로그램이 재밌는 네티즌을 안방극장으로 끌여들여서 보여주는 소통의 미학은 웬만한 개그 프로그램보다 웃기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스타들이 개인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들과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구성. 5명의 스타들이 시청률 대결을 한다는 목적으로 모여 네티즌과 소통을 하며 자신이 준비한 방송을 펼쳐놓는다.
‘노잼(재미 없다)’을 대놓고 외치는 네티즌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스타들의 몰랐던 매력을 재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웃음 감각 충만한 네티즌의 맹활약. 스타들의 인터넷 방송을 보며 수없는 댓글을 달며 때론 스타들을 웃게 하고 때론 스타들을 당황하게 만들며 출연자 못지않은 역할을 수행 중이다. 제작진은 이 같은 재기발랄한 네티즌의 수다를 방송에 적절히 활용하며 전지전능 시점의 예능 자막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거침 없이 솔직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내뱉는 네티즌은 스타들이 하는 행동을 더 웃기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30일 방송만 봐도 백종원이 말하는 ‘우리 팀원’들의 활약이 빛났다. 백종원은 자신의 방을 찾아주는 네티즌에게 ‘우리 팀’이라고 명명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 어떤 이보다 네티즌과 즉각적으로 소통하며 재미를 선사하는 백종원다운 표현 방식이었다.
이날 네티즌은 아내 소유진 몰래 게임을 하다가 딱 들킨 백종원을 놀려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작곡가 신사동 호랑이한테는 ‘제육볶음’, ‘빨간 돼랑이’라며 귀여운 막말을 쏟아냈고, 다소 재미가 없었던 홍진경에게는 ‘퇴장 릴레이’로 짠한 웃음을 선사했다. 백종원의 작은 실수에도 “사과하라”를 외치는 바람에 백종원의 ‘백무룩’을 이끌어내고, 정준영의 엉뚱한 실험에 격한 항의를 하며 인터넷 방송의 웃음 장치 역할을 훌륭히 했다.
자신의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의 실시간 댓글을 살펴가며 하던 이야기를 멈추기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발빠르고 재밌는 소통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큰 즐거움이다. 가끔 너무 부정적인 논란만 양산해서 인터넷 문화의 문제점으로도 여겨지는 네티즌이 이 프로그램에서는 개그맨보다 웃긴 재미를 형성하며 시청자들을 빵빵 터지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스타들이 악성댓글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제작진의 숨은 노력은 박수받을 만 하다. 이 프로그램은 시범 방송부터 악성댓글을 다는 네티즌을 강제 퇴장시키거나 도가 지나칠 경우 법적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자막으로 드러내며 인터넷 방송의 부정적인 그림자를 지우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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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