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광고에서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를 꼭 닮은 외모로 시선을 확 사로잡았던 배우 손수현은 종영한 드라마 KBS 2TV ‘블러드’로 드라마에 첫 발을 내딛었다. ‘블러드’는 다소 낯설었던 뱀파이어 드라마로 방송 기간 내내 시청률 부진에 시달려 아쉬움을 자아냈던 게 사실. 하지만 손수현은 첫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첫 드라마다 보니까, 뭔가 더 정이 더 많이 갔어요. 그런 상태에서 스태프분들도 좋으시고 배우들하고도 가까워져서 종방연 때 헤어진다고 되게 많이 눈물이 나왔어요. 언젠가 또 볼 수 있겠지만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하고, 시원섭섭해요,”
‘블러드’에서 손수현이 맡은 역할은 1년차 레지던트 민가연 역이었다. 민가연은 어리바리한 말투, 앳된 얼굴로 주인공 뱀파이어 의사 박지상(안재현 분) 짝사랑 했던 캐릭터. 드라마 후반부에는 착한 레지던트에서 싸늘한 뱀파이어로 돌변, 극 중 가장 큰 반전의 주인공이 됐던 인물이다.
“드라마가 결정이 날 때까지도 반전이 있는 역할인 줄은 몰랐어요. 대본 리딩이 끝나고 작가님이 말씀해주셨죠. 작가님이나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들이 민가연이 이재욱의 수하지만 나머지 박지상이나 환자들을 대하는 건 진심이다, 그런 것에는 확신을 가져도 된다고 하셔서 그런 말씀이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첫 드라마 연기지만, 영화를 찍어 본 경험이 있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이든 표정이든, 행동이 됐든 표현에 있어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드라마로 완벽히 전달됐다고 생각하지 않지만요. 제가 느끼고, 그걸 표현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대중이 느끼는 걸 내가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구나,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민가연의 캐릭터에서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특유의 우물쭈물하는 말투였다. 원래의 말투인지 물으니 손수현은 원래의 말투가 섞여 있지만, 성격만큼은 어리바리한 민가연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가연이랑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그게 성격적인 부분이라기보다는 제가 쓰는 말투인데요. 윗사람을 대할 때 실제로 쓰는 말투에요. 그런 것들이 있어요. 작은 요소, 요소가요. 그래도 실제론 무척 털털한 성격이에요. 지금은 스케줄 때문에 ‘매가리’가 없지만요.(웃음) 원래는 목소리도 더 높고요. 사람들이 제 성격은 그냥 밝대요. 철딱서니가 없다고들 해요.”
손수현을 세상에 가장 먼저 알린 것은 한국의 아오이 유우라는 수식어였다. 데뷔 때부터 줄곧 ‘아오이 유우’로 불렸던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수식어는 어떤 느낌일까?
“(아오이 유우라는 수식어는) 열심히 할뿐만 아니라 잘 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에요. 왜냐면 누구나 다 열심히 하지만, 그러니까 나도 당연히 열심히 하고 잘 해야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그런 말들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좋고 싫은 건 없어요. 화장을 진하게 하기도 하고 딱 붙은 의상에 높은 구두를 신어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은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건 외모의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지 변신을 많이 해서 맡은 캐릭터를 잘 해서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나만의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손수현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분히 우연이었다. “우연히 회사 대표님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는 것. 연기를 시작하기 전 오랫동안 손에 잡아 온 것은 국악기, 그것도 아쟁이었다.
“아쟁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이것저것, 다른 걸로 표현하는 걸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서 연극도 배우고, 춤도 배우고 다른 악기도 배우고 했어요. 연기도 배웠지만 연기자가 될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그냥 저와는 다른 세상 얘기라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연기가 아쟁만큼 도전하고 배워보고 싶은 종목이 됐다. 둘 중 하나를 꼭 꼽을 수는 없이, 손수현에게 아쟁과 연기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고, 그런 게 재밌다”는 것. 앞으로 손수현이 되고 싶은 배우는 믿음을 주는 배우다. 대단히 거창한 꿈은 아니지만, 시간과 노력이 걸릴만한 일이다.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말들이 대사를 하는 게 진짜 같으면 좋겠고, 내가 울고, 웃고, 화내고 그런 것들을 믿어주시면 좋겠고요. 그러려면 믿음이 가게끔 연기를 해야하고, 제가 캐릭터 자체가 돼야겠죠.? 그래서 이 작품은 손수현이 나온다, 하면 믿고 볼만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eujene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