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근성이 결국 '진짜 사나이'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이 땅의 많은 남자들의 원성을 사고, 욕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이었던 ‘진짜 사나이’가 확 달라졌다. 출범 3년을 꽉 채웠는데, 진정성 있는 도전 그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기고 있다. 진짜 군 생활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짜 사나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있었던 이 프로그램이 해군 해난구조대의 악전고투로 안방극장을 울렸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는 해군 해난구조대(SSU)의 고강도 수중 훈련을 받으면서 퇴교 조치를 당하거나 스스로 박차고 나갈 수밖에 없는 고통의 연속이 펼쳐졌다. SSU는 군대를 다녀와서 이 프로그램을 기본적으로 흘겨보는 많은 남자들이 인정하는 소위 말하는 ‘빡센’ 군대. ‘진짜 사나이’ 멤버들은 일반 훈련생들과 똑같은 조건의 지옥 훈련을 받았고, 훈련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낭떠러지 위에 놓여 있는 듯한 어려움을 겪었다.
다리 통증을 견디면서 훈련을 받던 이규한은 끝내 퇴교의 종을 울렸다. 그는 퇴교를 위한 문서를 작성하면서 ‘의지박약’이라고 적어 모든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를 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의지박약’이라고 자신을 채근하는 이규한의 모습은 안쓰러움 그 자체였다. 물 공포증을 이기지 못한 조동혁의 퇴교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봐도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았던 최상의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조동혁은 예상하지 못한 물공포증으로 고통스러워했고 결국 퇴교했다.
이들이 스스로 포기를 했다고 해서 섣불리 손가락질을 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끝까지 하려는 의지는 방송을 본 이들이라면 알 수 있었기 때문. 남아 있는 이들의 악다구니 역시 감동이었다. 최약체로서 퇴교 1순위로 꼽혔던 슬리피는 눈이 돌아갈지언정, 정신을 놓아 헛소리를 할지언정 끝까지 버텼다. 일주일 전 이를 악물어가며 체조를 하던 그는 이번에는 입으로 숨쉬는 법을 배울 때까지 훈련을 지속했다. 그가 보여준 불타는 도전 의지는 인간 승리와 맞닿아 있었다. 혼절 직전까지 가도 포기하지 않고, 저체온증에 시달리면서도 훈련을 이어가는 슬리피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40대 노장 임원희와 김영철 역시 시청자들을 울렸다. 의지만큼 따라주지 않는 체력으로 인해 서러운 눈물을 흘리는 두 남자. 어떻게든 1분 숨참기를 위해 여러 번 물에 몸을 담그는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물에서 빠져나오지 않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영장 바닥을 부여잡는 임원희의 끈기는 방송 내내 가슴 한 켠을 무겁게 짓눌렀다. 퇴교를 하는 이규한에게 “고맙고 미안해”라는 말을 하며 울음을 터뜨린 김영철, 그리고 김영철의 위로에 함께 눈물을 쏟은 이규한의 동지애 역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함께 하는 동료가 있어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의 눈빛만 봐도 여실히 느껴졌다. 비교적 신체조건이 좋고 체력이 뛰어나 부각이 덜 되지만 줄리엔강과 정겨운의 노력도 박수 받을 만 하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젊고 체격조건까지 좋아서 이들의 도전이 다른 이들에 비해 조금은 가려지긴 해도 묵묵하게 ‘에이스 병사’로서 고강도 훈련을 수행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코피를 쏟으며 수압을 견디고도 “별 것 아니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정겨운의 든든한 마음가짐, 극한의 고통에도 꾸준하게 도전을 하는 줄리엔강의 높은 정신력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다.
‘진짜 사나이’는 버티는 게 강한 자라는 것을 이번 SSU 도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나이 많다고, 체력이 약하다고 봐주는 것 없이 끝도 없이 몰아치는 SSU 교관들의 매서운 가르침 속에 멤버들은 꼼수 없이 정석대로 훈련을 받고 있다. 물론 여러번 낙오를 하기도 하고, 군인 영화에 나오는 것마냥 멋있게 소화하는 일은 꿈도 못 꾸고 턱걸이로 통과하기 급급하지만 ‘진짜 사나이’ 멤버들의 성공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래서 현재 이 프로그램은 방송 초기부터 숱한 남성 시청자들로부터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과 다르게 ‘이게 진짜 군대’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이 일반 육군보다 빡빡한 훈련을 받고 있다고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 이들의 포기를 모르는 근성은 이 프로그램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남자들까지 사로잡았다. 그래서 현재 SSU 도전은 그 어떤 특집보다도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방송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간혹 군대를 미화하고,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긴 해도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성장을 통해 보여주는 인간 승리 정신은 방송 3년을 꽉 채운 ‘진짜 사나이’가 가진 힘이다. 덕분에 ‘진짜 사나이’는 현재 출연하는 이들이 시청자들에게 모두 호감을 사고 있다. 여기에 출연하는 남자들은 하나 같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멋있고 뭉클한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흔들림 없이 치고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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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