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원수에게 비로소 복수를 할 타이밍인 줄 알았는데, 또 다시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사이다처럼 시원한 복수는커녕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답답한 전개에 이준혁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또한 지쳐가고 있다.
31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에서는 자신을 향한 지완(이준혁 분)의 의심을 알아채고 그를 계략에 빠뜨리는 장태수(천호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지완은 장태수의 악행을 증명할 수 있는 회사 서류들을 장태수 본인에게 의심 없이 넘겨주며 복수할 첫 번째 기회를 이미 날린 적이 있어 보는 이들의 답답함은 두 배다. 그럼에도 정애(김혜선 분)가 과거 장태수에게 돈을 받은 일을 알게 된 지완이 장태수에 대한 본격적인 의심을 시작하며 복수를 시작할 기미가 보이는 듯 했다.
사실 태수는 그의 친구이자 지완의 아버지인 상준의 재산을 가로채 현재 회장의 위치에 올랐던 것. 그렇게 그가 훔친 금액이 통장만 40개, 액수만 200억에 이를 거라는 사실이 재철(정원중 분)과 정애의의 대화에서 공개되며 그가 그토록 숨기려했던 악행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러한 지완의 의심을 눈치 챈 장태수는 지완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대체 놈이 뭘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라고 초조해하면서도 돈을 챙겨주는 게 좋지 않겠냐는 비서의 조언에 “그렇게 해결될 일이 아니야.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라며 지완의 입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악행을 저지를 것을 암시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지완이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것.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지완은 장태수가 미리 고용한 바이어들에 속아 회사의 기밀 서류를 분실하는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처럼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문제들에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정작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지완의 모습은 극의 몰입도조차 떨어뜨렸다.
이준혁은 극 초반 훈훈한 외모와 다정한 성격으로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하는 캐릭터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다. 하지만 50회 중 절반을 훌쩍 넘긴 지금은 ‘썸녀’ 엄현경과의 로맨스도, 아버지의 원수인 천호진에의 복수도 지지부진한 상태로 점차 매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모쪼록 다음 회에는 이준혁의 시원한 복수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랑새의 집'은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청춘들의 성장과 혈연을 뛰어넘는 가족의 확장을 담아낸 드라마다.
jsy901104@osen.co.kr
'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