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 또는 노잼? 아니 핵잼 수준이다. 지금 전문 프로듀서들이 '프로듀사'를 프로듀싱하고 있으니까.
KBS 2TV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가 방송국이라는 조금은 특별하고 이질적인 공간을 묘사하면서도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주인공들의 엇갈린 러브라인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KBS 예능국 내부의 풍경을 자세히 묘사해 색다른 재미를 주지만, 그와 더불어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독특한 인물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아 몰입도 높은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차태현-공효진-김수현-아이유로 연결되는 ‘프로듀사’ 속 사각관계는 많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을 보내고 있는 이유. 아침드라마부터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까지 드라마에 매번 등장하는 것이 사각관계지만, ‘프로듀사’가 요리하고 있는 사각관계는 조금 다른 맛이 있다. ‘프로듀사’ 속 사각관계를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1. 재료: 신선한 캐릭터
박지은 작가의 유쾌한 대본과 배우들의 색깔 있는 연기가 빚어낸 캐릭터는 ‘프로듀사’ 사각관계를 완성하는 기본 재료다. 베테랑 PD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여유가 넘치는 차태현, 공효진부터 어리바리 ‘빙구’ 캐릭터를 제대로 그려내는 김수현, 도도한 아이돌 여가수를 만든 아이유까지 배우들이 만들어 낸 각각의 캐릭터는 고유성이 있으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또 각각의 캐릭터는 남녀를 불문, 서로 부딪힐 때마다 ‘케미스트리’를 발산해 보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러브라인 외에도 탁예진(공효진 분)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된 후부터 소심하게 라준모(차태현 분)을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는 백승찬(김수현 분), 그런 그를 구박하는 라준모, 만날 때마다 ‘으르렁’대는 탁예진과 신디(아이유 분) 등의 모습이 그렇다. 이는 탄탄한 캐릭터가 아니면 살아나기 힘든 시너지를 보여주며,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2. 두 가지 앙념: 숙성된 관계VS갓 태어난 관계
차태현-공효진, 공효진-김수현의 관계를 비교해 보는 빼놓을 수 없다. 전자가 세월의 무게로 인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착착 알아채는 사이라면 후자는 새로운 인연으로 얽힌 선후배 관계. 극 중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사이였던 라준모와 탁예진은 같은 집에 살아도 서로를 불편해하지 않을 만큼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탁예진은 어느 새부턴가 라준모를 향해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런 감정을 확인하고 싶어 힘들어 하게 된다. 라준모와 탁예진의 관계가 유독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은 서로를 의식하면서도 오랜 세월 쌓아온 우정 때문에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편하게 지내고 있는 점 때문이다. 그런 두 사람의 사이에 본의 아니게 끼어들게 된 인물이 백승찬이다. 백승찬은 우연히 탁예진과 라준모가 같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난 후부터 두 사람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또 라준모를 좋아하는 탁예진의 마음을 알아차린 후부터는 그에게 공감하고 빠져들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지난 30일 방송에서 백승찬의 이름을 ‘문콕’에서 ‘백승찬’으로 휴대폰에 바꿔 저장하는 탁예진의 모습이나 실연의 상처에 눈물 흘리는 탁예진을 안아주는 백승찬의 모습이 새롭게 맺어가기 시작한 관계에서 빚어지는 ‘설렘’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3. 필살 비법: 알코올
‘프로듀사’에는 유난히 술을 마시거나 회식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술을 마시면 벌어지는 것은 ‘사고’다. 정신없이 살아가던 주인공들은 술을 마시고 난 후 만취 상태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낸다. 좀처럼 마음을 알 수 없었던 라준모의 기습 키스나, 술에 취해 라준모와 탁예진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간 백승찬, 라준모에게 “너를 좋아한다”며 ‘돌직구’ 고백을 하는 탁예진의 모습 등 주요한 사건 전개가 모두 주인공들의 만취 상태에서 벌어졌다. 일과 우정으로 얽힌 이들은 술을 마시면 평소 보여주지 않았던 진심을 보여준다. 마치 알코올이 음식의 잡다한 냄새를 없애 본질적인 맛을 살려주듯 주인공들이 마시는 술은 여러 가지 행동들 속에 감춰져 있던 진짜 마음을 엿보게 하며 드라마 전개의 동력이 돼 준다.
4. 플레이팅: 김수현을 보는 재미
백승찬 역의 김수현은 극 중 어리바리한 성격에도 불구, ‘훅’ 치고 들어오는 의외의 남자다운 모습으로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지난 30일 방송에서는 신디에게 손수 마이크를 장착해 주고, 무대세트에서 기습적인 스킨십을 하는 백승찬의 모습이 그려졌다. 물론, 백승찬은 사심 없이 한 행동이었지만, 이미 백승찬을 의식하고 있는 신디는 그의 이런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설렘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뿐만 아니라 방송 말미 백승찬은 라준모 때문에 힘들어 하며 눈물을 흘리는 탁예진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으로 관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 같은 장면들은 그 자체로도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를 높여주지만, 톱스타 김수현이 만든 장면이라 더 높은 관심과 열광을 끌어낸 게 사실이다. 조금 잔잔하다 싶을 때면 등장하는 김수현의 ‘설레는’ 장면들은 볼거리를 제공, 이 드라마가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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