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일간베스트)를 피해라.
방송가가 일베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실수를 피하기 쉽지 않다. 일베 자료와 일베 용어들이 나날이 늘어나면서 이를 오용하거나 모르고 삽입하는 일이 잊을 만 하면 발생하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최근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인 ‘MC 무현’을 바꿔놓은 ‘현무 CM’이라는 아이디가 방송에 노출됐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일베 단어를 쓰는 네티즌이나 일베 단어를 활용한 아이디 사용자를 생방송 중에 퇴장을 시키지만 ‘작정하고 제작진을 속이겠다’고 마음먹은 네티즌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다수의 네티즌이 ‘현무 CM’이 일베 용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네티즌이 일베 사용자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경우 방송 초기부터 일베 용어를 주의하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라 이번 ‘현무 CM’ 아이디 노출은 제작진이 잡아내기 어려웠다는 게 대다수 여론이다.
워낙 많이 활용돼서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일베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발견해서 방송에서 빼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 한 네티즌은 관련 기사에 “일베 아이디 가려내려고 제작진이 일베를 해야 할 판”이라면서 “차라리 아이디를 노출하지 않고 댓글만 노출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라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박진경 PD는 OSEN에 “제작진이 생방송 중에 일베 용어로 보이는 아이디 사용자는 강제 퇴장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번 건은 교묘하게 단어를 바꿔서 쓰는 바람에 제작진이 알지 못했고 사전에 차단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비단 예능프로그램 뿐 아니라 외부 자료를 많이 활용하는 교양프로그램과 뉴스프로그램은 상황이 더 난감하다. 일베 자료 오용 사고가 때마다 터지고 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SBS는 지난 해 잦은 일베 자료 오용 실수가 발생하자 SBS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자료만 활용하겠다고 대책을 발표한 상태다. 허나 최근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8뉴스’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노래가 삽입돼 논란이 일었다.
SBS는 즉각적으로 사과하고 관계자에게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관계자는 이 노래가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노래인지 몰랐다는 것.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자료들이라 발생한 문제라는 후문이다.
사실 뉴스 프로그램은 외부 자료 사용이 많은 구성. 한 대학교의 로고를 사용해야 할 때, 해당 대학교에 들어가 로고를 다운로드해서 삽입하면 일베에서 악의적인 의도로 만든 비하 자료를 활용할 일이 없다. 많은 네티즌이 왜 일베 이미지를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작진은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대학교 이름을 검색해 바로 나오는 자료를 활용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촌각을 다투는 제작 과정에서 좀 더 빠르고 편하게 작업을 마치기 위해 신중한 자료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 이 때문에 일베가 의도적으로 올린 비하 자료를 방송에 활용하는 일이 많다.
결국 제작진이 일베 자료를 오용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일베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자료를 광범위하게 퍼뜨리고 이를 방송프로그램에서 활용했을 경우 또 다시 확대 재생산하는 경향이 있어 일베가 존재하는 한 이 같은 일베와의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jmpyo@osen.co.kr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