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편의 최루성 영화를 보는 것인지, 웃자고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가 해군 해난구조대(SSU) 도전에 나선 스타들의 진정성 있는 도전기로 안방극장을 울렸다. 극한 고통의 순간이 여러번 와도 어떻게든 해내려고 발버둥을 치는 남자들의 도전 자세는 인간 승리 그 자체라 울지 않고 버틸 수 없다.
‘진짜 사나이’는 현재 SSU에 입소해 험난한 고강도 훈련을 받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생명을 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어떤 부대보다 빡빡한 훈련이 펼쳐지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칼 같은 규정은 ‘퇴교 릴레이’의 이유가 되고 있다. 샘 오취리는 입소조차 못했고, 한상진과 샘킴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퇴교했다. 조동혁과 이규한은 각각 물공포증과 다리통증으로 한계가 와서 자진 퇴교했다.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그리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다가 눈물짓고 고개를 떨구는 남자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지난 31일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순간을 모아봤다.
# 불꽃 의지 이규한, 이 남자의 눈물
이규한은 다리 통증으로 인해 체조 때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끝까지 체조를 하던 이규한은 결국 수중 훈련에서 문제가 생겼다. 정겨운 못지않게 ‘에이스 병사’로 불렸던 그는 어떻게든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이규한은 스스로 퇴교의 종을 울렸다. 겨우 눈물을 참고 SSU를 떠나려던 순간 그를 살뜰히 챙겼던 김영철의 한 마디는 모두를 울게 했다. 고맙고 미안하다는 김영철의 말에 두 남자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SSU 입소 전 함께 서울에서 출발해 숙박까지 같이 했던 이들은 아이처럼 울었다. 함께 고된 훈련을 받으며 동지애가 생긴 김영철과 이규한의 눈물은 가슴 한 켠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퇴교 이유에 대해 의지박약이라고 쓰며, 자신을 원망하는 이규한의 모습은 강렬한 감동이었다.
# 좀비가 된 사나이 슬리피, 왜 이렇게 멋있니
슬리피는 ‘슬좀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보통 좀비가 나쁜 의미로 활용되는데, 슬리피의 경우는 다르다. 포기를 모르는 근성 덕에 얻었다. 누가 봐도 체력적으로 가장 약해보이는 비실비실한 슬리피는 SSU에서 버티고 있다. 물론 줄리엔강이나 정겨운처럼 각이 딱딱 잡혀 있지 않다. 체조를 해도 흐물거리고, 수중 훈련을 받아도 정신을 잃을 지경까지 참느라 눈이 풀려 있다. 그래도 포기는 없다. 이날 입으로 숨을 쉬는 마스크 클리닝 훈련을 받았는데 슬리피는 좀처럼 방법을 찾지 못했다.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를 하면서도 슬리피는 훈련을 이어갔고 기어코 2분을 참았다. 숨을 쉬는 방법을 체득한 셈이다. 저체온증에 온몸을 떨었지만 슬리피는 훈련을 마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 줄리엔강과 정겨운, 에이스 병사의 무거운 무게
줄리엔강과 정겨운은 에이스 병사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고강도 훈련을 받는다. 웬만한 고생길은 티도 나지 않는다. 묵묵히 소화할 뿐이다. 이 두 남자가 겪는 에이스 병사로서의 무게는 상당하다. 동기들이 좌절하는 순간을 보며,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훈련을 수행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정겨운은 수압을 견디지 못해 코피가 나고, 허벅지에 시퍼런 멍이 생겼다. 줄리엔강은 손가락에서 피가 났지만 간단한 조치를 취한 후 또 물에 뛰어들었다. 마치 ‘군인 로봇’을 보는 듯 하지만 마음은 여리다. 동기들이 퇴교할 때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 상남자 줄리엔강과 정겨운의 모습은 짠하기 그지 없었다. 군말 없이 도전을 이어가는 줄리엔강과 정겨운의 행보는 어느 순간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한다.
# 노장 임원희와 김영철의 투혼
임원희와 김영철은 40대다. 임원희는 동기들이 하나둘 떠날 때마다 함께 고개를 떨궜다. 걱정이 된다는 마치 가장의 말 한 마디는 가슴을 콕콕 찔렀다. 임원희는 철봉 매달리기를 실패한 후 체력을 탓하지 않았다. 정신력이 떨어졌다며, 자책했다. 사실 임원희는 ‘진짜 사나이’ 출연 후 그 누구보다도 높은 근성을 보여주고 있다. 20대 젊은 병사들과의 훈련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김영철은 이 프로그램의 안방마님 같은 존재다. 동기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따뜻한 위로를 하거나 생활관 분위기를 즐겁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훈련도 열성적으로 임한다. 1분 숨참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자 결국 눈물을 흘렸다. 탈의실에서 의지와 상관 없이 잘 되지 않는 고강도 임무에 좌절하는 김영철의 울음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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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