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은 승리할 수 있을까. ‘갑’의 아들이지만, 권력과 재물에 눈이 멀어 있는 부모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이준. 그런 그와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해 굳세어진 고아성이다. 유준상은 코웃음을 친다. 현실적으로도 상대가 안 되는 게임.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준 서봄 부부의 편에 서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해피엔딩’을 염원하면서.
말은 거창하지만 '을'의 승리는 별 게 없다. 이준과 서봄 부부가 유준상에게서 벗어나 보란듯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를 통해 '현실의 벽에 주저앉아 결국 완전한 이별을 할 것'이라는 유준상의 예상을 깨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종영을 한 회 앞두고 있는 지난 1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29회에서는 한정호(유준상 분)를 무너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을의 세력과 이를 보며 코웃음 치는 한정호의 모습이 그려졌다.
비롯 흔들리기는 했지만 인상(이준 분)은 상속을 포기하고 서봄(고아성 분)과의 삶을 택했다. 주변의 비웃음 섞인 농담과 힘들겠다는 위로에도 두 사람은 “버터야지”라고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번갈아가며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면서 나름대로 살아갈 방도를 찾았다.
물론 현실은 녹록치가 않았다. 인상과 서봄은 생계 문제 때문에 두 사람 모두가 공부를 할 수도 없고, 한정호가 준비한 새 총리 후보자는 온갖 비리에도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는 등 그들이 생각한 대로 일이 상황은 굴러가지 않았다. “적이 될 깜냥이 못 된다”는 송재원(장호일 분)의 말처럼 을은 영원히 갑을 이길 수 없는 걸까.
하지만 사랑하는 두 사람이 찾은 평범한 일상은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했다. 또한 한정호와 연희(유호정 분)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인상과 서봄의 편이었고, 지원군이었기에 든든했을 테다. 이들은 인상과 서봄의 독립을 열심히 도왔다. 인상의 동생 이지는 인상의 물건을 몰래 빼돌려 전해줬고, 박경태(허정도 분)와 서정연(이선숙 분)은 “일생의 성공적인 일”이라며 격려할 뿐 아니라 두 사람 중 공부할 사람을 정하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격려에 힘입은 인상과 서봄은 “왜 0.1%만 고집하지. 다 같이 재밌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더 바르고, 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이제 시청자들도 인상과 서봄의 편이다. 그간 드라마 내용이 전개되면서 부모를 거역하는 인상과 서봄의 모습은 그리 좋게 비춰지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정호의 비리가 밝혀지고, 연희의 폭정이 시작되면서 시청자들은 점차 인상과 서봄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종영을 앞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승리를 기대하며 해피엔딩으로 결말이 맺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방송 말미에 등장한 예고편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 인생 목표가 정말로 그거인지”라며 결국 현실의 고난에 주저앉은 듯한 인상과 서봄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불안감을 조성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두 손을 맞잡은 채 유학을 떠나는 이지를 배웅하는 모습도 등장해 좀처럼 결말을 예상할 수 없게 됐다.
인상과 한정호에게서 벗어나 보란 듯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니면 한정호의 예상대로 현실의 벽에 주저앉아 결국 완전한 이별이라는 선택을 하게 될까. 더럽고 어두운 0.1% 상류층의 세상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은 사랑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커플이었기에 이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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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