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지상파 예능 프리미엄은 없다. 명실상부한 톱 MC 유재석이 JT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지상파와 비지상파 예능프로그램 경계가 확실히 무너졌다. 이제 보고 싶은 예능은 방송사 브랜드와 상관없이 본다는 달라진 시청 흐름이 확실히 눈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이 오는 8월 JT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24년 만에 비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한지 3년여 만에 첫 발걸음이다. 유재석은 강호동과 함께 그동안 지상파 예능에서만 볼 수 있는 방송인이었다. 그가 굳이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할 이유가 없었던 것도 가장 컸다.
이번에 유재석이 JT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방송가를 뒤흔들 ‘대형 이슈’다. 이미 방송가와 많은 시청자들이 알고 있듯이 흔히 말하는 한자릿수 채널번호가 아니더라도 ‘재밌는 예능’이라면 두자릿수 채널 번호를 외워서라도, 혹은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서라도 찾아보는 시청 형태가 자리잡았다는 것을 유재석의 JTBC 출연이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 됐다.
사실 최근 3년 사이 tvN으로 대표되는 케이블채널과 JTBC로 대표되는 종합편성채널이 상대적으로 제작하기 쉬운 예능프로그램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 이 같은 비지상파 채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예능은 ‘사람’이 중요했다. 재기발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있다면 입소문을 일으키기 좋았다.
심지어 최근에는 tvN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와 JTBC ‘비정상회담’, ‘냉장고를 부탁해’ 등 지상파 예능 부럽지 않은 막강한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기존 예능 공룡이었던 지상파의 영향력을 넘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기 MC들의 비지상파 출연이 가속화됐다.
더 이상 지상파와 비지상파 출연을 구분 지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규제와 장벽이 많은 지상파보다는 좀 더 자유롭고 가벼운 구성의 예능을 만들 수 있다는 편안한 제작 환경이 비지상파 예능의 강점이다. 비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이 유독 톡톡 튀는 성향을 보이는 것도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제 그야말로 콘텐츠 무한 경쟁 시대가 됐다. 지상파는 더 이상의 고정 시청자층이 탄탄한 혜택이 없어졌다. 신선한 구성으로 총공세를 하는 비지상파 예능프로그램과의 쉽지 않은 경쟁을 벌이게 됐다. 지상파 예능으로서 품위와 정도를 지키면서 시청자들을 빼앗기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고민을 떠안게 됐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최근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시름에 빠져 있는 지상파 예능의 답으로 여겨진다. 어찌됐든 비지상파는 ‘국민 MC’ 유재석도 출연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더 공격적으로 안방극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무한 경쟁 시대,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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