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가 그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을들이 어느 정도 반란에 성공하는 모습을 담으며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됐다. 웬만하면 변하지 않는 공고한 갑을관계를 다루며 현실성 있는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았던 ‘풍문으로 들었소’는 마지막에 을들이 시원한 발길질을 하는 이야기로 조금은 비현실적이어도 시청자들이 바라는 ‘해피엔딩’의 판타지를 충족시켰다.
2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마지막 회는 대형 로펌 대표인 한정호(유준상 분)를 무너뜨리기 위한 을들의 반란이 그려졌다.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던 이들의 반격은 똘똘 뭉치면서 성공 가능성이 생겼다.
정호의 아들 한인상(이준 분)은 아버지가 만든 울타리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정호 집안 살림을 하던 이선숙(서정연 분)은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정호에게 위기였다. 철옹성 같았던 정호의 세계에 균열이 생겼다. 정호는 사람을 잃었고 버렸다. 수행비서 김태우(이화룡 분)는 스스로 떠났고 정호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비서 양재화(길해연 분)를 내쳤다. 재화의 오빠는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정호의 아내인 최연희(유호정 분)는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났다.
일단 박경태(허정도 분)가 반란의 중심에 있었다. 정도는 인상과 서봄(고아성 분)의 과외와 독립을 돕기로 했다. 대신 조건을 걸었다. 바로 정호에게서 완전하게 독립하는 일이었다. 인상은 정호에게 이 같은 뜻을 알렸다. 인상은 “선생님이 우릴 도와주는데 조건이 있다. 상속을 포기한다. 사법 고시에 떨어지더라도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다고 해도 한송 같은 곳에 들어가지 않는 거다. 난 더 이상 상속자도 아니고 어린 애도 아니다.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겠다”라고 선언했다.
인상과 봄이는 정도의 도움 속에 공부방이 생겼다. 정호의 로펌과 집안일을 하던 사람들은 칼을 갈았다. 정호를 향한 소송을 준비했다. 인상의 친구들도 힘을 보탰다. 소송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정호를 괴롭히는데 성공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파격이었다.
물론 을들의 반란이 성공한 것은 비현실이었다. 그래도 정호가 시름에 빠지고 을들의 반격이 어느 정도 통하는 이야기는 ‘풍문으로 들었소’가 결국 드라마이기 때문에 택한 최선의 결말이었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드라마니까 가능한 행복한 결말이었다.
지난 2월 첫 방송된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는 상류층의 위선과 뒤틀린 욕망을 통렬하게 풍자하는 드라마로 출발했다. 방송 내내 갑과 을을 모두 꼬집는 재밌는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다. 보통 많은 드라마가 사랑, 가족애, 복수, 성공 등 익숙한 이야기를 하는데 ‘풍문으로 들었소’는 통속적인 범주를 벗어났다. 돈이 많든 적든 내면에 꿈틀거리는 인간의 속물근성을 다루는 큰 주제 의식 속에 다채로운 가지를 뻗어나가며 사랑을 받았다.
한편 ‘풍문으로 들었소’ 후속으로는 유이, 성준, 박형식, 임지연 등이 출연하는 ‘상류사회’가 오는 8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상류사회’는 황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 딸과 황금사다리를 오르려는 개천용 두 사람의 불평등한 계급 간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오포 세대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미스터리 청춘 멜로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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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