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이상이었다. 요즘 백종원 백종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제자들의 눈높이에 딱 맞춘 수업 방식과 알아 듣기 쉬운 설명으로 시선을 끌어당겼다. 역시 백종원표 쿡방의 클래스는 달랐다.
백종원은 지난 2일 방송된 tvN '집밥 백선생'에서 돼지구이 노하우에 대해 전수했다. 그의 살아있는 강의가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정육점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돼지고기 발골 작업을 집에서 편안하게 앉아 지켜보게 됐으니 이보다 좋은 구경이 어디있으랴.
백종원은 이날 직접 통돼지를 준비해왔고, 발골부터 맛있게 고기를 굽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강의했다. 정말 수첩과 펜이 필요했을 정도. 듣고 날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백종원은 그러나 "적으면 모른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게 더 낫다"며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프라이팬에서 육즙 살리며 굽는 법, 기름장과 쌈장, 파무침을 만드는 법, 마무리로 먹는 볶음밥을 만드는 레시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늦은 시간에 식욕을 자극했다.
백종원은 이미 방송을 아는 남자였다. 예능 '한식대첩',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을 통해 내공을 쌓은 결과다. 이날도 제작진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돼지를 보자기에 가려 제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고, 고린내 나는 맛을 지닌 콩팥을 놓고 "먹기만 하는 사람에게 이걸 구워주겠다"고 예고했다. 그의 의도와 달리 돼지 발이 삐죽 튀어나와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완성하진 못 했다. 어딘가 부족하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인간미가 전해졌다.
백종원이 발골을 준비한 이유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일깨워주기 위한 것.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으면서도 어느 부위에서 나오는 건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알면 고깃집에 가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선생의 발골 기술이 시작되자 눈을 뗄 수 없었다. 재빠르고 힘 있는 손놀림이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백종원은 본래 전문가들이 발골 작업을 할 때 고기를 세워놓고 하는데 제자들과의 수업을 위해 눕혀서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혹여나 발골을 모른다는 논란이 제기될수 있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점점 방송에, 예능에 익숙해져가는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제자들에게 질문을 하며 소통했고 강의를 위한 강의를 하진 않았다. 발골에 이어 고기의 밑간을 하는 방법까지, 바닥까지 탈탈 털어 아낌 없이 보여주었다.
백선생의 매력은 손호준을 대하는 태도에서 두드러졌다. 자취하며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끼니를 떼우는 그를, 직접 요리를 만들어먹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혹독하게 가르쳤다. 백종원은 "팬들이 지시하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으나 호준 씨가 밥을 잘 챙겨먹고 다니는 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 그래서 혹독하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숨은 뜻을 전했다.
그의 매력의 끝은 어디일까? 역시 이날도 백종원으로 시작해 백종원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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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백선생'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