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들의 드라마 주연 캐스팅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꿈일까? 영화배우 뺨치게 예쁘고 모델 부럽지 않은 늘씬 몸매의 개그우먼들이 쏟아지면서 활동 영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에로물로 분류되긴 하지만 주연급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섹시파 개그우먼도 다수다. 그럼에도 아직 이들에게 TV 드라마 속 메인 타이틀은 접근 불가의 영역이다. 과연 그 벽을 깨는 개그우먼 출신 톱스타가 나올 수 있을런지 OSEN이 살펴봤다.
개그맨들의 드라마, 영화 출연이 잦아지는 건 일과성 유행이 아니다. 수 년씩 희극 무대에 서며 배우 못지 않은 연기력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이다. 원래 정통 코미디는 정극에 가깝고 연기 내공은 필수다. 그러나 정극 주조연을 꿈꾸는 개그맨 또는 개그우먼들에게 현실은 냉혹하다. 대개 한 장면을 사로잡는 신 스틸러나 주인공을 받쳐주는 코믹한 캐릭터에 한정되기 일쑤다. 최근 드라마에 출연한 김영희, 오나미, 김지민 등 인기 개그우먼들의 캐릭터도 코믹 연기를 바탕으로 한 특별출연 수준이었다.
먼저 KBS 2TV '개그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유행어를 제조해낸 김영희는 지난달 26일 방송된 MBC 드라마 '딱 너 같은 딸'에서 홈쇼핑 콜센터 상담원 오방실을 연기했다. 김영희는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온 개그 내공을 발산해 극의 한 장면을 살렸다. 그는 극중 포장을 뜯었지만 교환해달라고 진상을 부리는 고객 판석(정보석 분)을 대하면서 본인의 차진 말투를 살려 김영희표 고객 상담원을 만들어냈다.
오나미도 지난달 27일 첫 방송한 SBS 새 수목드라마 '가면' 1회에 깜짝 등장했다. 극중 백화점에서 마주친 서은하(수애 분)와 똑같은 원피스와 재킷을 걸치고 나와 웃음 나는 장면을 완성했다. 똑같은 옷을 차려 입은 은하를 만나자 특유의 표정으로 기분이 상했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 2~3분도 안 되는 출연이었지만 무겁게 흐를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지민도 같은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 그는 가사 매니저 역을 맡긴 했지만 드라마를 이끌어갈 정도로 많은 분량은 아니다. 다소 심각하게 흐를 것을 방지해 얼굴이 익숙한 그를 섭외, 드라마를 보는 잔잔한 재미를 안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결혼한 정주리도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연평해전'에 깜짝 출연한다. 정치적인 논쟁이 담긴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전망이다.
안소미도 지난 1월 종영한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에서 인테리어회사 여직원으로 등장했다. 그는 다양한 표정연기를 선보이며 미묘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신보라는 지난해 방송된 KBS 2TV '트로트의 연인'에서 조연급 역할로 캐스팅된 바 있다. 여주인공을 맡은 정은지를 괴롭히다가 절친이 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우먼들이 드라마라는 장르에 도전한 가운데 주요 캐릭터로 캐스팅 될 가능성은 없는 걸까?
이에 대해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3일 OSEN에 "개그우먼들이 주연을 맡게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며 "주 무대가 개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드라마에 나서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PD는 "그들의 연기 경력이나 포부가 연기자와 다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개그우먼들이 개그 프로에서 만들어 낸 캐릭터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를 입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메인 배역을 따내기 어려운 것이지 연기자로서 자의식이 있고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외모가 연기에 영향을 미치냐는 질문에는 "딱 떨어지게 예쁘지 않아도 본인만의 개성과 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쁘고 못 생기고 떠나서 대중이 보고싶어 하는 마음만 충족시켜 주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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