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툴거리며 삐죽대는 입도,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는 모습도 이렇게 귀여울 수 있을까. 제멋대로인 첫사랑에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도, 잔뜩 토라진 모습도 사랑스럽다. 베짱이가 된 배우 유연석에 대한 얘기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 김희원) 7회에서는 백건우(유연석 분)가 이정주(강소라 분)를 친구에서 여자로 느끼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전환점을 맞게 되는 내용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건우는 로맨틱코미디의 어떤 남자주인공보다 사랑스러웠다.
정주는 이미 건우에 대한 마음이 한껏 커진 상황. 건우가 첫사랑(목지원 분)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에 속상해했지만 언제나 그를 받아줬다. 건우는 정주를 친구라고만 굳게 믿고 있었지만, 은근슬쩍 때로는 대놓고 질투심을 폭발시키며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정주가 해녀학교 합격의 기쁨을 황욱(김성오 분)과 나누는 모습을 보고는 질투에 눈 먼 연인처럼 황욱의 약점을 들춰냈다. "우리 정주"라고 강조해 말하면서 황욱 앞에서 격하게 안으며 기쁨을 나누는가하면,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하루 외박하겠다는 정주의 말에 귀여운 거짓말까지 했다. 해녀학교에 다닐 정주를 위해 예쁜 잠수복까지 준비해놓는 정성도 보였다.
사실 건우 캐릭터는 한때 유행한 나쁜 남자도, 까칠한 '까도남'도 아니다. 순정적이고 부드럽고 자상하기까지 하다. 보통 로맨틱코미디의 남자주인공이 까치하고 도도한 재벌2세로 자주 설정되는 점을 생각해보면, 건우는 지나치게 착한 캐릭터다. 즉, 한때 유행했던 나쁜 남자 캐릭터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리고 바로 이런 '착한' 건우의 모습이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느긋하고 욕심 없어 보이는 베짱이가 여자들에게 끌려 다니면서 툴툴대고 있는 모습이 퍽 귀엽다.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고, 또 때로는 남자답게 박력 있는 모습도 보여주니 심심할 틈이 없다. 특히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귀찮은 일이라도 해줄 것 같은 자상함이 또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유연석은 특유의 그 선한 눈빛으로 건우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가 나정이를 향한 순애보를 보여줬던 것처럼, 건우는 유연석의 순수한 눈빛을 만나 매력적인 순정남으로 태어났다. 특히 친구에서 남녀로 변하는 이 시점에서의 건우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에 당황하는 눈빛 하나만으로도 여성 시청자들을 꽉 잡은 모습이다.
로맨스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사랑스러운 주인공으로 변하고 있는 건우, 그리고 그런 건우를 더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는 유연석. 예상하지 못했던 이들의 궁합이 가히 최고가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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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