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김학순 감독)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디스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릴 전망이다.
최근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연평해전’은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6월, 서해 연평도 NLL 인근에서 북한 경비정이 대한민국 참수리호 고속정을 기습 공격하며 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해상전을 극화한 영화다.
이 교전으로 남한 해군 6명이 전사했고 1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보복 응징당한 북한 역시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평해전’은 등장인물의 가족과 성장 배경에 다소 픽션이 가미됐지만 교전 발생 경위와 참혹했던 해상 전투를 시간대별로 리얼하게 그려 다큐 성격의 휴먼 실화극으로 빚어져 개봉(10일)을 앞두고 있다. 왜곡하기 힘든 실화 소재인 만큼 시사 직후 긴장감과 처절했던 격전 모습이 생생히 묘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감독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정치권을 도마에 올린 대목은 바로 전사한 병사들의 영결식 장면이 나온 후반부였다. 영결식장에서 오열하는 유가족들의 실제 모습을 교차 편집하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주요 정치인들이 이곳을 찾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극중 뉴스 앵커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결식 당일 2002 한일 월드컵 폐막식이 열린 일본 요코하마로 출국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는데 이를 놓고 여러 뒷말이 나올 전망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공은 크지만 당시 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김대중 정권에 대한 문제제기로 의미 있게 그려진 대목이었다”고 말한 배급 관계자도 있었지만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굳이 이렇게까지 다룰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영화인도 있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3일 “북한을 주적으로 묘사하는 건 너무 당연하지만 휴먼 감동극을 표방한 상업 영화라면 좀 더 극적이고 개연성 있는 영리한 접근법이 필요했다. 진부한 반공 이데올로기만 내세운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무열 진구 이현우 주연 ‘연평해전’은 130분 분량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극화한 영화 ‘변호인’에 이어 NEW가 투자 배급을 맡아 주목된다.
bskim0129@gmail.com
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