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구라와 윤종신을 보면 서로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톰과 제리'가 떠오른다. 이들은 '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서 옆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높은 수위의 멘트를 주고받으며 티격태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앙숙케미가 나쁘지 않다. 가슴 찌르게 아플수록 웃음의 강도는 높아진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5월부터 매주 다른 게스트들을 맞이하며 '라스'를 이끄는 든든한 MC로 자리잡았다. 김구라와 윤종신은 맏형 김국진과 막녀 규현 사이에서 허리 같은 존재. 초반에는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를 걱정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명실상부 MBC 대표 예능으로 안착했다.
김국진이 이들보다 4개월 늦게 들어왔고, 막내라인은 신정환에서 슈퍼주니어 신동, 김희철, 유세윤, 규현으로 이어져왔다. 김구라와 윤종신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조심스러운 김국진과 부잣집 도련님처럼 얄밉게 치고 빠지는 규현 사이에 중심을 잡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음색깡패 특집으로 꾸며지며 가수 이승철, 정엽, 거미, 성규가 출연했다. 이날 역시 게스트들을 소개하기 전에 4명의 MC의 코웃음 나는 '발연기' 소개가 시작됐다. 윤종신은 애드리브를 치고 나가는 김구라에게 핀잔을 줬고, 김구라는 그에게 "안경을 안 쓰면 볼 품이 없다"고 되갚아주며 좀 더 강하게 치고 들어갔다.
윤종신이 정엽의 노래를 부르자 "가수가 맞느냐"며 자질을 의심했다. 윤종신은 지지 않았다. 김구라가 거미의 '미안해요'를 노래를 부르자 "미안하다"고 사과하라며 또 다시 우위를 점령했다. 김구라는 이어 윤종신이 이승철과 불화설이 제기된 것을 거론하며 이야깃거리를 끄집어 냈다.
두 사람 사이에 변치 않는 신뢰가 존재하기 가능한 일이다.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물론 친할수록 예의를 지켜야하지만, 서로 무슨 말을 하고 듣든 '라스'에서 만큼은 자존심을 버리고 프로그램 재미를 위해 온 몸을 던지고 있다.
김구라와 윤종신이 물고 뜯지만은 않는다. 의기투합해 게스트들을 공격하는 콤비 플레이를 펼친다. 이승철이 사전 인터뷰에서 데뷔 30주년을 거론해달라고 한 것에 구성과 기획을 했다며 이승철에게 민망한 웃음을 안겼다.
이어 조정석과 열애하는 것에 대해 실명을 거론하지 말라는 거미의 부탁에 김구라가 "그게 큰 의미가 있느냐"고 질문하자, 윤종신은 여기에 "그게 방송의 ' 정석'이죠, 안 물어보는게 '정석'"이라고 거들며 합심해 독한 질문을 날리기도 했다. 정엽에게는 최근 발표한 앨범이 음원순위에서 벗어난 사실을 거론하기도 했다.
'라스'는 동시간대 KBS 2TV '풀하우스', SBS '에코빌리지 즐거운家'와 경쟁에서도 꿋꿋하게 우위를 점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 현재 '라스'에 맞설 적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김구라와 윤종신이 김국진, 규현과 함께 서로의 포지션에 알맞은 자세로 프로그램을 이끈 덕분이다.
김구라와 윤종신에게 '대표 예능MC'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연륜을 통한 내공을 쌓은 두 사람이 어떤 활약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지 기대감을 모은다.
한편 '라디오스타'는 들리는 TV라는 콘셉트로 매주 각양각색의 게스트들이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는 예능 프로그램. 수요일 오후 11시 1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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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