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가면’, 안방 잡아먹은 수애? 새삼스럽게 왜이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6.04 11: 08

배우 수애가 ‘가면’에서 소용돌이에 휩싸인 변지숙을 연기하며 안방극장을 매섭게 잡아먹었다. 생각해보면 표정 하나로, 떨리는 목소리 하나로 극의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휘어잡는 수애라는 배우의 힘은 언제나 옳았다.
수애는 SBS 수목드라마 ‘가면’에서 자신과 똑닮은 서은하의 삶을 대신 살아야 하는 벼랑 끝에 몰려있는 변지숙을 연기하고 있다. 사면초가에 놓여 가면극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숙의 절박한 감정은 암투가 도사리는 ‘가면’의 핵심 중에 핵심이다.
수애는 이 드라마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영장에 빠져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가 결국 사랑하는 남자 민석훈(연정훈 분)에게 죽임을 당하는 서은하와, 석훈의 협박에 견디지 못해 모두를 속이는 불쌍한 여자 지숙을 연기하고 있다. ‘도플갱어’라는 설정 속에 똑닮은 두 여자를 연기하는데 있어서 수애는 한치의 오차가 없다. 겁에 질려 있는 다소 어리숙한 지숙의 면모는 수애의 놀라는 표정으로 설명이 되고, 도도하고 극도로 외로운 감정의 은하는 수애의 차가운 눈빛으로 설명이 됐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같은 얼굴을 한 여자가 위장을 한다는 설정을 설득력 있게 담는데 성공했다. 작위적인 연기가 아니라 미세한 표정과 눈빛 설정만으로도 1인 2역을 완벽히 수행한 수애 덕에 초반 드라마의 당위성 있는 이야기가 완성됐다. 격정 멜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다소 신비스럽고 비밀이 가득한 전개에서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수애는 연기로 안방극장을 수긍하게 했다.
지난 3일 방송된 3회에서도 가면극을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의 순간, 결국 스스로 가면극으로 뛰어드는 지숙의 혼란스러운 감정만 봐도 그랬다. 극도의 긴장과 두려움 속에 발을 한걸음 한걸음 디디며 살얼음판 같은 모략 속에 휘말리는 지숙에 몰입하게 만든 것. 수애는 1999년 ‘학교2’로 데뷔한 후 데뷔 초를 제외하고 우아한 매력을 앞세워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회전목마’, ‘러브레터’, ‘해신’을 통해 주로 청순가련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는 ‘아테나’, ‘천일의 약속’, ‘야왕’을 거치며 색깔 있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배우로서 선과 악의 구분 없이 다양한 캐릭터 표현이 가능한 연기파 배우로 성장한 것. 수애는 무엇보다도 2013년 방송됐던 ‘야왕’에서 극악무도한 악역을 연기하며 연기력을 뽐내며 한 단계 성장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남자 배우 못지않은 대중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했고 ‘가면’에서도 연기 내공을 마음껏 드러내는 중이다.
‘가면’은 이제 지숙의 위태로운 거짓말이 시작됐다. 이 같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지숙이 어떤 선택을 하며 고난을 해쳐갈지가 상당히 큰 흥밋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숨소리마저 연기를 하며 부드럽게 감정의 변화를 이끄는 수애의 안방극장 장악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낙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이기에 이 같은 찬사가 정말 새삼스럽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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