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도 영화계에서는 ‘떼 캐스팅’이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영화 ‘도둑들’을 시작으로 ‘베를린’, ‘신세계’, ‘관상’, ‘군도’ 등이 대표적인 예다. 평소 같으면 단독 주연으로 이름을 내세웠을 묵직한 배우들은 이 작품들에서 공동 주연으로 함께 해 예비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광범위하게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 데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화려한 캐스팅이 ‘극적으로’ 성사되며 큰 기대감을 만들고 있는 것.
영화계 초호화 떼 캐스팅의 ‘끝판왕’은 개봉을 앞둔 ‘뷰티 인사이드’다.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와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국내 최초로 21인 1역 캐스팅을 선보이는 이 영화에는 배우 이동욱, 이범수, 박서준, 이진욱, 서강준, 이현우, 조달환, 김희원, 김주혁, 유연석 등 내로라 하는 남자배우들이 총출동해 주인공 우진 역을 연기한다. 또 성별을 초월하는 탓에 박신혜, 고아성, 천우희, 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까지 같은 역을 맡았다. 21명의 유명 배우들이 함께 하는 이 영화의 화려함은 ‘어벤져스’를 넘어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계 ‘어벤져스급’ 캐스팅의 가장 좋은 예는 인기리 방송되고 있는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다. 당초 KBS 예능국의 실험작으로 기대되던 이 드라마는 극본을 박지은 작가가 맡고, 차태현·김수현·공효진 등의 배우가 합류하면서 판이 커졌다. ‘프로듀사’의 황금 캐스팅이 가능했던 이유는 SBS ‘별에서 온 그대’였다. 박지은 작가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과 함께 그 해 최고의 히트작을 만들어냈고, 그런 신뢰가 두 사람을 다시 한 번 뭉치게 했다.
드라마에서 진행된 ‘어벤져스급’ 캐스팅의 또 다른 예는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수목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미니시리즈가 아닌 가족드라마의 콘셉트를 택했고, 의외의 인기를 얻어 방송기간 내내 시청률 1위를 만들었다. 이 드라마의 성공 배경에는 여성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해 낸 김인영 작가의 필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연기도, 인지도도 되는 유명 여배우들을 한 데 모아놓은 캐스팅의 힘이 있었다. ‘갓혜자’라 불리는 김혜자부터 채시라, 도지원, 장미희, 이하나, 서이숙, 이미도, 김혜은 등 연기파 여배우들은 개성 있는 연기로 사랑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호화 캐스팅은 현재진행중이다. 캐스팅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나영석PD의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캐스팅은 허를 찌른 선택이었다. 이후 이어진 ‘꽃보다 누나’의 윤여정, 김자옥,이미연, 김희애부터 ‘꽃보다 청춘’의 윤상, 유희열, 이적, ‘삼시세끼-어촌편’의 차승원, 유해진까지 예능으로 보기 힘든 유명 연예인들의 등장이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더불어 4일 오전 제작 사실이 알려진 MBC 새 파일럿 프로그램 역시 ‘어벤져스급’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직 이름이나 제작진까지 비밀에 싸여있는 이 예능프로그램은 드라마 ‘왕초’의 출연진이 동창회의 콘셉트로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콘셉트에 따라 차인표, 송윤아, 김남주, 윤태영 등 ‘왕초’가 아니라면 한 데 모일 수 없는 유명 배우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큰 관심을 표하고 있다.
‘어벤져스급’ 캐스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보장성’이다. 작품 선택에 깐깐할 수밖에 없는 톱스타들이 하나의 작품을 너도나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영화나 드라마, 예능이 매혹적이고 선택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어떻게 보면 스타들은 서로의 안목을 담보로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작품을 택하는 셈이다. 여러 사람에게 책임이 분산되는 만큼 부담감은 줄어든다. ‘믿져야 본전’인 것.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인기인들의 단체 캐스팅은 일정 이상의 성공을 보장하는 달콤한 콘셉트다. 물론 그만큼 출연료 부담이나 성공의 부담감은 배가 되지만 이 문제만 해결하면 보장된 성공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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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인사이트', '프로듀사'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