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와 류현경이 현실성 있는 동거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며, 또 한 번 공감을 자아냈다.
지난 4일 방송된 Mnet 드라마 '더러버'(극본 김민석, 연출 김태은) 9화는 얄개들의 곡 '화창한 날에'의 노래로 시작하며, 행복에 대한 이야기 조각들을 몇몇 동거 커플의 이야기를 나열해 그려냈다.
이날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들은 연애 5년 동거 2년차 609호 오도시(오정세 분), 류두리(류현경 분) 30대 커플. 두 사람은 인터넷 쇼핑에 빠진 오래된 커플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절로 자아냈다.
오도시는 인터넷을 통해 인조모피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 들뜬 상태. 하지만 류두리는 제품을 착용한 오도시의 모습에 '진화가 덜 된 듯한 느낌이다. 두 팔로 걸어다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의 손에 바나나를 쥐어주곤 굴욕 인증샷을 위해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다년간의 '인터넷 쇼핑 경력'을 언급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류두리의 쇼핑 역시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류두리가 주문한 트렌디한 의상은, 류두리가 입자 흡사 노숙자의 넝마와도 같이 변했던 것. 결국 남친 오도시로부터 "거지왕 김춘삼이 됐다"는 놀림을 받아야 했다.
물론 서로를 단순 놀림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루종일 '머피의 법칙'처럼 단 하나도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었던 류두리는, 하루의 끝자락에 오도시 앞에서 눈물을 글썽인 채 모든 걸 털어놓으며 크나큰 위안을 얻었다. 세상에 하나 뿐인 무조건적인 내 편이 있다는 사실에, 류두리는 비로소 안도했다.
뿐만 아니다. 심한 편두통에 시달리면서도 오도시에게는 내색 않고 동창회를 내보낸 류두리는 '오래 사귄 연인 사이는 쿨해야 하고, 질척거리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 곱씹었다. 그런 두리를 걱정한 오도시는 나간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은 오후 10시에 집에 돌아와, 잠결에 '몇시냐'는 류두리의 질문에 "벌써 새벽 3시"라고 답하며 "많이 아파?"라고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을 뿐이다.
두 사람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오지은의 '서울살이는'의 노랫말은 이 장면을 더 애틋하게 만들었다. '서울 살이는 조금은 외로워서 친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은 조금은 어려워서 어디까지 다가갈지 몰라'라는 노랫말은 외로움에 직면한 현대인들의 모습 그 자체. 그나마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오도시와 류두리의 모습은, 동거라는 게 연인의 그것을 넘어선 존재임을 느끼게 만들었다.
오도시와 류두리는 단순 판타지로 치부되는 동거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내 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커플이다. 티격태격하다가도, 큰 일이 있을 대면 곁에서 서로의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동거(연애)를 하려면 딱 저들처럼'이라는 마음을 자동으로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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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