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집 도련님, 능력있는 5급 공무원, 사랑하는 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로맨틱남, 남자들과 있을 때는 차진 욕도 서슴지 않는 반전남, 이 완벽한 '사기 캐릭터'는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 속 남자 주인공 이상우다. 이를 자기 옷처럼 실감나게 소화한 것은 배우 권율이고.
권율이 지난해 KBS 2TV 일일극 '천상여자'에 이어 두 번째로 주연을 꿰찬 '식샤를 합시다'(극본 임수미, 연출 박준화 최규식, 이하 '식샤2')는, tvN 월화드라마 사상 최초로 시청률 3% 벽을 넘어서며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작품. 덕분에 권율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섰고, 인지도도 껑충 뛰어올랐다.
영화 '명량'으로 성공의 꿀맛은 한껏 맛봤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팬들의 열성적인 피드백을 직접 받게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권율. "'식샤2'는 내게 있어 달콤한 휴가 같은 작품"이라는 그를, 드라마 속 상우의 역할에서 갓 벗어난 따끈따끈한 상태 그대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중적으로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콘텐츠가 뭘까'라는 고민을 오래 했어요. '음식'이라는 것 만큼 친밀도 있는 콘텐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식샤2' 출연을 결정했어요."
'식샤2' 촬영을 끝낸 건 딱 일주일 전, 마지막회가 방송된 건 고작 하루 이틀 전,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작품에 대한 팬들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 그런 시간이다. 그런 시점에 권율이 돌아본 '식샤2'는 왜 '달콤한 휴가' 같은 작품인 걸까.
"극중 수지(서현진 분)가 대영(윤두준 분)을 바라보면서 하는 내레이션이 있어요. '하룻밤의 꿈 같은 시간'이라는. '식샤2'는 즉각적인 관심을 받은 작품이었어요. 마치 꿈을 꾸든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들뜨진 않을 려고요. 다음 스텝을 옮기기 위한 좋은 휴가, 달콤한 휴가로 기억할래요. 아쉽지만, 이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꾸준히 달려갈 계획이에요."
참 오랜만이라 했다. 2007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를 시작으로 '워킹맘', '아가씨를 부탁해', '보통의 연애', '우와한 녀', 그리고 '천상여자' 등의 드라마. 또 '비스티 보이즈', '피에타', '잉투기', '명량'의 다수의 영화들. 그가 지금의 '식샤2'를 달콤한 휴가로 빗댈 수 있는 건, 지금껏 걸어온 배우로서의 길이 그다지 순탄치 만은 않았기 때문이리라.
"힘들었던 순간요? 많았죠. 배우의 길은, 뭐랄까. 왠지 '산을 오르는 과정' 같아요. '식샤2'를 끝낸 지금은 경치가 굉장히 좋은 중턱 쯤에 올라선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 동안은 '어디까지 올라야 하지', '이 산을 왜 올라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고, 조급해서 달리다 숨을 헐떡였던 적도 있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발에 물집도 잡혔고, 그 상처가 아물며 발이 더 튼튼해졌고, 호흡도 조절할 수 있게 됐죠. 풍파를 겪고, 위기도 넘으면서 나름의 훈련이 된 거죠. 대신 이 절경에 취해서 중턱에 멈춰 있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물론 지금의 보상이 온전히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라 자평하진 않았다. '식샤2'를 통해 이런 자양분의 시간을 얻게 된 것은 모두 주변인들의 탓으로 돌리는 겸손함을 내비친 것.
"작가님이 극중 상우에게 많은 것을 던져줬기 때문에, 시쳇말로 '판을 깔아준' 덕택에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감독님은 현장에서 저를 상우로 만들어줬고요.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커요."
함께 호흡한 윤두준, 서현진 등 선후배 동료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앞서 드라마가 방송되던 때, 열렸던 기자 간담회에서 유독 모두의 분위기를 주도하던 그였다.
"아무래도 나이로 맏형이다 보니 일종의 책임의식이 있기도 했어요.(웃음) 다들 정말 친해졌거든요. 이렇게 되면 연기를 할 때 더 과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소통이 되면 여유가 생겨서, 감정을 잡을 때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죠. 연기는 벽을 보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지나치게 친해져서 본질을 잃게 되는 것은 경계해야겠죠."
그리고 모두가 궁금해했던 시즌3에 대한 이야기 투척.
"솔직히 배우들끼리는 시즌3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어요. 배우와 작품은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없을 수 있고, 하고 싶지 않더라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죠. 인연처럼 자연스럽게 맺어지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gato@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