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정유진 “영어대사 수없이 NG, 울지 않으려고 버텼다”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6.05 07: 47

늘씬한 키, 예쁘면서도 개성 있는 얼굴이다. 신인 배우 정유진(26)은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한인상(이준 분)을 짝사랑하는 정현수를 연기했다. 초반 인상에게 미련을 떨치지 못하던 현수는 후반 억지로 두 사람을 연결시키려는 최연희(유호정 분)에게 따끔한 일갈을 하며 안방극장을 통쾌하게 했다.
인상과 서봄(고아성 분)을 이혼시키고 현수와 재혼시키려는 연희의 부푼 꿈을 산산조각 부수는 현수의 일침은 ‘풍문으로 들었소’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정유진은 그렇게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본을 보자마자 잘해내야 하는 장면이라는 생각을 했죠. 재밌으면서도 공감할 수 있게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부러 꾸미지 않았어요. 툭툭 내뱉는 현수 성격을 드러냈죠.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많은 분들이 속이 뻥 뚫린다고 하시더라고요. 뿌듯했어요. 안판석 감독님이 처음부터 현수는 한방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뭔지 몰랐거든요. 처음 시놉시스에는 현수에 대한 설명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그 장면을 연기하고 한방이 뭔지 알았죠.”

정유진은 ‘풍문으로 들었소’가 데뷔작이었다. 데뷔작에서 거장인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를 만나게 됐다.
“처음부터 정말 좋은 제작진과 작품을 하게 돼서 감사해요. 드라마 종영이 실감이 나지 않아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집에 있다 보면 드라마가 끝났다는 것을 알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이 현수가 유학을 가는 신이었는데, 안녕이라고 말하는데 뭉클했어요. 정말 시원섭섭하다고 하잖아요. 전 섭섭한 게 더 커요.”
정유진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모델로 활동했다. 대학도 동덕여대에서 모델과를 전공했다. 모델 활동을 하면서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번에 연기로 첫 발을 디뎠다. 첫 연기였는데 정유진은 비교적 무난하게 큰 흠집 없이 연기를 했다.
 
“처음에 정말 긴장했어요. 제가 봐도 많이 굳어 있었죠. 긴장을 안 하려고 했는데 몸이 긴장했어요. 어떻게 연기를 해야하는지 몰랐으니까요. 모델 활동을 하면서 연기 수업을 꾸준히 받긴 했지만 정말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선배들이 하시는 것을 유심히 봤죠. 현장에서 배운 게 정말 많았어요.”
시청자들은 잘 몰랐지만 신인 배우 정유진에게 큰 위기가 있었다. 바로 극중에서 엄마 지영라(백지영 분)와 영어로 다투는 장면이었다. 화를 내는 장면을 연기하는 것도 힘든데, 영어로 해야 했다.
“정말 애를 먹었어요. 큰 일을 치렀죠.(웃음) 영어 대사가 길었는데, 제가 언제 영어로 화를 내봤겠어요?(웃음) 영어로 싸우는 장면이어서 ‘다다다다’ 해야 했죠. 정말 수 없이 NG를 냈어요. 모두들 저를 믿고 기다려주셨죠. 그래서 못 하겠다는 말을 못 하겠는 거예요. 분명히 대사를 외웠는데 막상 촬영하려고 하니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라고요. 백지장이 됐죠.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울지 않으려고 버텼어요. 제가 울면 더 죄송한 일이 되잖아요.”
당황 그 자체였다. 거듭되는 NG. 선배 배우들과 제작진은 화 한 번 내지 않고 기다렸다. 정유진은 좌불안석이었다. 침착하게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촬영장에 있던 많은 분들이 저에게 괜찮다고 편하게 하라고 하셨어요. 정말 죄송했어요. 선배들이 청심환을 사다 먹이라고 할 정도였죠. 어떻게 촬영을 끝냈는데 모두 수고를 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방송을 보니 정말 안판석 감독님께 감사했어요. 제가 연기를 잘하지 않았는데 큰 문제없이 흘러가더라고요. 감사했고 죄송했죠.”
다행히 신예들이 흔히 겪는 연기력 논란은 없었다. 정유진은 처음부터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연기력 논란이 생길까봐 정말 걱정했죠. 연기로 욕을 먹지 말자는 게 제 목표였어요. 부족하더라도 선배들이 연기하는 것을 제가 방해하거나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속 생각을 하고 연습을 했죠.”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줬다. 특히 극중 엄마였던 백지연은 정유진을 살뜰히 챙겼다.
“선배님께 엄마라고 불러요. 엄마, 엄마라고 부르다가 언젠가 선배님이라고 부른 적이 있어요. 엄마도 갑자기 제가 선배님이라고 부르니까 이상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엄마라고 부르고 있어요. 엄마가 정말 많이 챙겨주셔요. 정말 감사하죠.”
정유진은 요즘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서 데뷔를 했고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만 남았다.
“2년여 전에 갑자기 피부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어요. 그래서 활동을 잘 못하고 슬럼프도 있었죠. 일을 제대로 못 했어요. 그래서 자신감도 떨어져 있을 때 드라마를 만나게 됐어요. 정말 운이 좋게도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된 거죠.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제가 좀 도도하게 보이나봐요. 틀을 깨버리고 싶어요. 꾸밈 없는 모습을 보여드릴테니까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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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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