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연평해전', 절묘한 타이밍의 장난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6.05 16: 51

애국을 논하기엔 타이밍이 애매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연평해전'이 개봉일을 기존 10일에서 24일로 2주 연기했다. 애국심을 그려낸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기엔, 최근 국민들의 마음이 꽤 복잡하기 때문이다.
메르스 때문이다. 초기 대응에 구멍이 뻥뻥 뚫리면서 '메르스 민폐국'으로 전락, 사회적 불신과 불안이 높아진 상태에서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군인들의 희생을 보는 것이 오로지 '감동'일 수만은 없는 상황.

또 전염병과 개인 건강, 보건당국의 대응 방침에 매우 큰 관심이 쏠려있어, '애국심'이라는 또 다른 이슈를 끄집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애국 이슈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게 반드시 선행돼야할 작품이기도 했다.
극적 쾌감보다는 감동에 방점을 찍고 있어, 연평해전 당시 군인들의 희생에 대한 보다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흥행에 탄력이 붙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당초 '연평해전'은 해병들을 직접 시사회에 참석시려 하는 등 애국심과 감동 입소문을 크게 노렸던 상태. 크라우드 펀딩 시사부터, 가족 시사회, 해군 시사회, 셀럽 시사회 등 각계각층과 함께 공감을 나누는 대국민 감동 시사회를 개최해 사전 입소문 확산을 노렸다. 국민들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이뤄진데다, 애국 이슈는 거의 실패해본 바가 없어 바람몰이만 잘되면 흥행은 어렵지 않다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애국 이슈도 전염병 이슈 앞에선 별 힘이 없다. 더구나 전염병 자체보다는 정부의 초기 방역 대응 실수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현 시점에선 더욱 그랬다.
배급사 뉴의 한 관계자는 5일 "방금 개봉 연기 및 시사회 취소를 결정했다"면서 "사회적으로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그대로 개봉을 해도 되는 것이냐는 관객들의 문의가 많아 개봉을 강행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오는 8일로 예정된 평택 2함대 해군 장변들과의 VIP 시사 부터 각종 홍보 프로모션도 취소됐다.
'연평해전'은 2002년 실화를 담아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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