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살인마 눈빛 연기, 비호감 될까 조절했죠”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6.06 07: 24

배우 남궁민(37)은 종영한 SBS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연쇄살인마 권재희를 연기하며 연기 잘하는 배우의 무서운 눈빛 연기를 보여줬다. 달달한 미소 속에 감춰진 사이코패스의 소름끼치는 이중성은 안방극장을 잔뜩 긴장하게 했다.
2002년 SBS 일일시트콤 ‘대박가족’을 통해 데뷔를 한 남궁민은 잘생긴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로 선과 악의 구분 없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이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주인공 박유천, 신세경 못지않은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번 작품은 마음이 편했어요.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제가 잘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배우는 열심히 연기를 해야 하고, 좋은 기회가 되면 작품이 잘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편하게 연기를 했고, 연쇄 살인마라고 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은 없어요.”

남궁민의 연기는 안방극장을 기겁하게 했다. 연기를 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희가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방송에서 그가 보여준 눈빛 연기는 정말 무서웠다.
“그날 지인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무서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드라마라서 어느 정도까지 연기를 해야 하나 신경을 많이 썼어요. 너무 진짜 같이 연기를 하면 비호감이 될 수도 있잖아요.(웃음) 강도를 많이 조절한 거죠. 어떻게 하면 무섭게 보이나 이런 고민은 안 했어요. 감정 표현이 극대화됐을 때 표정이 많이 변하면 어색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조금은 절제된 연기를 하려고 했죠. 사실 연기를 할 때 머리로 작전을 안 짜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순간적인 느낌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촬영을 반복할 때마다 표정이 조금씩 달랐어요. 그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남궁민의 재발견이라는 칭찬이 쏟아졌다. 극을 압도하는 살인마의 무시무시한 분위기는 ‘냄새를 보는 소녀’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였다.
 
“이번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 역시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연기를 할 때 호평을 받을까 혹평을 받을까 이런 고민을 하지는 않거든요. 데뷔 초에는 머리를 쓰며 연기를 했는데 이제는 달라졌어요. 사실 ‘내 마음이 들리니’ 끝나고 이제는 주인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좋은 작품이 들어와도 고르면서 안 했죠. 그렇게 2년을 쉬었어요. 정말 후회해요. 이제는 좋은 작품이면 무조건 해요. 어떤 캐릭터든, 제 비중이 어떻든 상관 없어요.”
이번 작품에서 쏟아진 호평에도 남궁민은 덤덤했다. 언제나 연기에 집중하며 배우의 길을 걸어왔던 그이기에 ‘재발견’이라는 칭찬이 감사하긴 해도 크게 들뜬 마음은 없었다.
“저는 언제나 연기를 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연기를 잘한 것 같진 않아요. 다만 이번 작품이 제게 좋은 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다음에는 운이 더 좋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냄새를 보는 소녀’는 드라마의 전개에 있어서 아쉬움을 샀다. 뒤죽박죽 롤러코스터를 타고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 전개가 문제였다.
“사실 저도 아쉬운 부분이 있죠. 그래도 드라마 촬영할 때 완성도에 대한 것은 달관했어요. 예전에는 흐름대로 안 풀리면 끙끙 싸맸는데 이제는 그렇진 않아요. 일주일에 2편이 방송돼야 하는 환경에서 모든 면이 완벽한 드라마를 만들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작가님들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을 보며 의도를 파악해 원만하게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내가 이 작품에서 부각돼야지 이런 욕심 없어요.(웃음)”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재희는 뭘 해도 살아남는 불사조 같았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장면이 방송된 후 시청자들은 재희가 살아 있을 것 같다는 웃지못할 농담을 했다. 이미 수송차량에서 떨어져 살아남은 의지와 끈기(?)의 사나이였으니 말이다.
“작가님이 생각한 결말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희가 어떻게 살아 남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할 시간이 없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연기만 해야 하는 촉박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좀 편했던 것 같아요.”
남궁민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 듯 보였다. 흔히 말하는 ‘내려놓음’의 미학이랄까.
“예전에는 밤새면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누가 연기에 대해 물어보면 말을 잘 안 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더라고요. ‘내 마음이 들리니’ 이후 많이 바뀌었어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고요. 그때 쉬지 않았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제는 작품을 고르지 않아요. 좋은 작품이면 충실히 연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연기에 대한 강박이 없어졌어요.”
 
남궁민은 이번 드라마에서 흔히 말하는 ‘러브라인’이 없었다. 심지어 살인마 연기를 한 탓에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제가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연기를 10년 이상 했어요. 이뤄지지 않는 사랑이었죠. 그래도 모두 파트너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없었죠. 염미 반장님(윤진서 분)을 잡았을 때 대화를 한 게 다였어요.(웃음) 외롭고 섭섭했죠. 형사님을 연기한 배우들은 남자라도 파트너가 있는데 말이죠.(웃음) 파트너 없는 역할이 좋은 점이 있긴 있어요. 촬영이 빨리 끝나긴 하더라고요.(웃음)”
남궁민은 아직 미혼이다. 결혼 적령기다. 연애와 결혼 계획을 묻자 단번에 있다고 말을 했다.
“연애 계획 있죠. 그런데 잘 안 돼요.(웃음)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죠. 동생이 작년에 결혼해서 조카도 있어요. 명절에 함께 오면 부럽죠. 그래도 결혼 조바심은 없어요. 제가 아직까지는 일 욕심이 많나 봐요. 제 대표작이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연기로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남궁민은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했다. 홍진영과의 가상 결혼 생활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에게 즐겨 보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물었다.
“제가 요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요. 그런데 오늘 인터뷰를 위해 일찍 잤거든요. 새벽 3시쯤 잠이 깨는 거예요. 그래서 ‘복면가왕’을 봤어요.(웃음) 정말 재밌더라고요. 집에서 보다가 어떤 가수가 노래를 정말 잘 불러서 저도 모르게 혼자 박수를 쳤어요. 그 분이 에일리 씨였어요. 노래를 정말 잘 하시더라고요. 결국 ‘복면가왕’ 지금까지 방송한 것을 다 봤죠. ‘복면가왕’ 재밌더라고요. 출연이요? 어휴 아니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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