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원 “손창민과 뽀뽀신, 어정쩡해 무지 웃었죠”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6.06 11: 34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을 막 끝낸 배우의 얼굴엔 자신감과 만족감이 넘치게 마련이다. 눈은 반짝이고 말이 많아진다. 벅찬 감정이 한마디 한마디에 생생하게 묻어나와 듣는 이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일 만큼 설득력이 있다. 배우 도지원과의 인터뷰가 그랬다.
도지원은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모태 솔로이자 평생 방송국의 간판 앵커로 살아온 김현정 역을 맡아 김혜자-채시라와 호흡을 맞췄다. 김현정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인물. 겉으로는 까칠하지만 안으로는 상처가 많은 성격이다. 무엇보다 김현정은 밀려들어오는 젊은 후배들의 기세에 눌려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잘리는 곤욕까지 당한, ‘위기의 중년’을 대변한 캐릭터였다.
“모든 건 다 아버지였던 것 같아요. 현정이는 엄마를 끔찍이 사랑하죠. 엄마를 신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요. 동생 현숙이와 달리 엄마가 아버지에 대한 아픔을 갖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걸 끌어안아주기 위해 노력해요. 집안도 이끌어가야 하고, 동생 현숙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삶을 살게 하지 못했다는, 그런 짐을 다 안고 살아갔어요. 그러니 어느 누구도 이 여자 마음에 들어오지 못했던 거죠. (생략) 그 때 문학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요. 이 사람을 통해서 현정이가 조금씩 변해가죠. 손창민 선배가 그런 얘길 했어요. 사람은 안 변한대요. 그래도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게 있대요. 그게 뭔지 아세요? (사랑?) 맞아요. 사랑이래요. 현정이는 문학이란 사람의 사랑을 받고 변할 수 있었던 거라고요. 저도 ‘맞다’ 공감했죠.”

김현정의 모습은 인간 도지원의 모습을 상상하게도 한다. 오랜 시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살아온 도지원에겐 유독 스캔들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돋보이는 동안 미모와 탄탄한 몸매는 뭇 여성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지만 “연애는 안 하느냐”는 기습(?) 질문에는 “드라마에서 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철벽’ 대답을 한다. 
 
“멜로를 찍으면서 손창민 선배님이 그러셨어요. 제가 보는 외모나 그동안의 연기, 물론 가지고 있는 건 그렇지 않은데 현정이 같은 느낌이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고요. 지금은 현정이라 부르세요. 아마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던 거겠죠. 그래서 손창민 선배님이 연기를 하면서 많이 풀어주려고 노력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어요. 실제로 대사 연습을 할 때 본인은 주거니 받거니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면서 저와는 함께 해주셨어요. 선배님과 연기할 땐 너무 많이 웃어 NG도 종종 났어요.”
놀라운 사실하나는 도지원에게 ‘뽀뽀신’을 비롯 로맨틱한 신들이 연기 인생 중 처음이었다는 것.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여러모로 도지원의 배우 인생에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된 셈이다.
“처음이었어요. 연기 생활하면서 뽀뽀 신도 없었고요. 처음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어요. 피해갈 상황이 아니고. 그냥 받아들였죠. 손창민 선배가 제가 그렇다는 걸 알고 풀어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웃음) 공원에서 키스 신이 있는데 맨 마지막에 선배가 허리꺾기를 하세요. 그렇게 들어올 줄은 몰랐어요. 알려주지도 않은 거예요. 순간 깜짝 놀랐어요. 손을 어디에 둬야할지도 모르겠고. 이마에 뽀뽀를 받을 때도 많이 놀림을 받았어요. ‘어떻게 저렇게 어정쩡하게 할 수 있느냐’고요. 제가 감이 없어요. 그럼 손창민 선배가 ‘역시 현정이야. 똑같다’고 하세요. 그 때 뽀뽀할 때도 딱 허리를 꺾는데 다리가 붕 뜨면서 손을 어정쩡하게 걸친 거에요. 올려야하나, 내려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면서도 너무 웃겼어요. 끝나고 스태프들도 무지 웃고요.”
설명을 하는 도지원은 분명, 자신에게 찾아온 김현정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있었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준 김인영 작가를 향한 애정도 흘러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혜자, 채시라, 장미희, 이순재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은 작품이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매력적인 대본의 힘이 컸다.
 
“김인영 작가님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본이 너무 좋은 분이에요. 대본을 보는 내내 너무 행복했어요. 어떻게 이런 대사를 쓸 수 있을까? 감탄을 하면서 봤어요. 김혜자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나는 김수현 선생님하고도 작품을 해봤지만, 정말 그 필력에 못지   않은 생각을 가진 작가다. 대단하다’고 칭찬을 하시더라고요. 김혜자 선생님은 허투루 그런 얘기를 하는 분이 아니시잖아요. 작품을 고를 때도 까다롭게 고르는 분이죠. 그런 분이 이 드라마를 선택한 것에는 뭐가 있을 거예요. 대사를 하고 있는 저 자신도 행복했죠.”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세계를 빠져나온 도지원은 벌써 새로운 작품에 빠져 들어갈 준비가 돼 있었다. “조금 쉬어야죠”라면서도 “계속하면 좋겠다”는 다소, 아이러니한 대답을 하는 이유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후 또 한 번 더, 조금 더, 연기를 사랑하게 됐기 때문이다. 은은하게 흘러 전달되는 도지원의 감성은 40대 여인 그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수했다. 어쩌면 이런 감성이 동안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내 좌우명이 순수함을 잃지 말자에요. 순진한 건 젊었을 때죠. 그걸 영원히 가질 수는 없어요.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면 착하지 않은 면이 생겨요. 미움도 많고 싫증도 내고 짜증도 내고요. 순진하다고 얘기하기엔 때 묻은 부분이 많죠. 하지만 순수라는 건 나이가 들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죠.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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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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