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도’, 안전불감증 쏙 들어간 국민예능 독한 의지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6.07 07: 13

안전불감증 논란은 기우에 불과했다. 10주년이라고 해서 잠시 안주하는 일은 없다는 의지,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일보다는 앞으로의 10년을 계획하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 ‘무한도전’이 대형사기까지 치면서 ‘해외 극한 알바’를 마련한 목적이었다. 포상 휴가를 잠시 미루고, 극한 노동을 선택한 ‘무한도전’의 이 같은 독한 의지는 ‘국민 예능’의 원동력을 알 수 있게 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10주년 포상 휴가로 속아 떠난 해외 극한 ‘알바’의 마지막 이야기가 방송됐다. 일주일가량 태국에서 포상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알고 떠난 멤버들이 해외 각국으로 흩어져 극한 노동을 체험했다. 제작진이 작정하고 마련한 ‘대형사기’였다. 그래서 멤버들은 더욱 분노했고, 이들이 하는 극한 노동의 강도는 더욱 세게 느껴졌다.
유재석·광희는 인도 빨래터, 정형돈·하하는 중국 가마꾼, 박명수·정준하는 케냐 코끼리 돌보기를 했다. 제작진은 체력 소모가 심해 누가 봐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멤버들을 굴렸다. “이게 포상 휴가다”라고 소리를 지르는 정형돈과 하하의 분노, ‘왜 네가 휴가 무임승차를 하느냐’라는 악성댓글 폭탄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광희의 속사포 한탄은 지난 10년간 ‘무한도전’의 반복되는 즐거움이었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서로를 ‘놀려먹는’ 재미 속에서 ‘무한도전’은 끊임 없이 달려왔다.

김태호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사기를 쳐서 멤버들을 곤혹에 빠뜨리는 일은 이번 포상휴가를 가장한 ‘해외 극한 알바’의 가장 큰 재미였다. 그리고 이들이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된 순간 이 같은 뒤통수를 맞았던 순간이 겹쳐지며 감동이 배가 되는 장치가 됐다. 인도 빨래꾼의 말 한 마디에 “오늘도 배웠다”는 유재석의 다짐 섞인 반성, 단 한 번도 가마에 타본 적이 없다는 중국 가마꾼 선배들을 태우느라 마지막 남은 체력을 소진한 정형돈과 하하의 숨가쁜 숨소리는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반전이 있었기에 재미와 감동이 극대화됐고, 제작진의 숨은 의도는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일주일 전 발생했던 안전불감증 논란은 괜한 걱정이었다. 제작진이 안전 장치를 확보한 상태에서 촬영을 했다고 해명하긴 했어도 일부 시청자들은 잔도공 도전을 앞두고 벌벌 떨던 멤버들의 모습이 마냥 웃으면서 보기에는 불편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일부의 잡음 속 '무한도전'은 '해외 극한 알바'의 마무리를 쉼 없는 도전을 하겠다는 각오로 마무리했다. 제작진이 꽁꽁 숨겨둔 사기 포상휴가의 진정성은 여기에 있었다.     
사실 ‘무한도전’의 10주년 방송은 예능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틀이 없는 예능프로그램이 10년을 방송했다. 심지어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예능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박수를 받을 만 한 일인데 말이다. 조금은 10주년의 기쁨을 누릴 만 하지만 제작진이 선택한 것은 쉼 없는 정진이었다. 10년간 일한 인도 빨래꾼의 “매일 일하는 것”이라는 말 한 마디를 여운 있게 다룬 것은, 이 같은 독한 의지가 반영됐다. 10주년이 된 프로그램으로서의 들뜬 자축을 하지 않고 지난 10년처럼 묵묵하게 걸어가겠다는 다짐이었다. 10주년의 성과와 의미에 연연하지 않고 빨래꾼처럼 ‘아무렇지 않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인 웃음과 감동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제작진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수년째 ‘국민 예능’으로 군림하고 있다. 때론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논란을 발생해 질타를 받기도 하고, 재미 없다는 성토 속에 위기라는 오해가 덧입혀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20분에 시청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일주일 후 태국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공개된 후 이 프로그램은 언제나처럼 방송 자체가 도전인 발걸음을 보일 것이다. 독하니까 ‘국민 예능’이고, ‘국민 예능’이니까 독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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