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다.
너무 순진한 걸까. 저렇게 알콩달콩 애정 표현 할대로 다 해놓고, 몇달 후면 하차를 발표하고 또 몇달 후면 "연락 안해요" 등의 인터뷰가 뜨는 건 아무리 반복돼도 적응하기 어렵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얘기다. 남궁민-홍진영 커플이 실제 키스로 스킨십 수위를 대폭 높여놓고, 최근 스킨십 진도가 매우 빨라진 걸 감안하더라도 '우리 결혼했어요' 속 커플들의 애정 행각은 '가상'이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다.
지난 6일 방송의 다크호스는 이종현이었다. 이종현은 지난해 일본을 휩쓴 '카베동', 즉 벽에 밀어붙이고 애정 고백하기를 매우 설레게 재현했다.
그는 가상 아내 공승연을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 데려갔는데, 둘만 있으면 시도때도 없이 애정행각을 벌이며 시청자들의 두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벽만 보면 공승연을 밀어붙였고, 다정하게 어깨를 감쌌다. 카메라에 담긴 그의 눈빛은 진짜 '사랑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듯도 했다. 연애 초기 남자들이 보여주는 특성을 고루 드러낸 것.
그동안 수많은 남성들이 출연했지만, 그와 같이 시종일관 잔뜩 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매우 특이한 케이스. 공승연은 마치 '여우 같이' 그런 그를 조련하고 있는 듯도 하다. 공승연은 이종현을 한껏 치켜세워주며 칭찬을 하다가도, 다른 남자 얘기를 해서 질투를 유발하고, 이종현이 시도하려는 각종 애정행각을 모른 척한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이 실제 초기 연애를 보는 듯 잔뜩 이입을 하고 있는 상태. 그동안은 출연자들의 각기 매력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 커플은 두 사람을 주연으로 한 로맨틱코미디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이 모든 게 가상이라는 대전제를 깔아놓고 시작하는, 일종의 '짜고 치는 고스톱'. 제작진도, 출연진도, 시청자도 안다. 이제 그 게임의 스피드는 점점 빨라져 조심조심 시작하는 커플로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렘 지수를 대폭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이종현-공승연 커플은 '우리 결혼했어요'에 정말 필요한 카드이기도 하다.
다만 이 초반 '애정 폭주' 이후 행보는 '우리 결혼했어요'에도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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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