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프로듀사’ 차태현의 마음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을 만들었다. 분명 그도 공효진에게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좋은 친구였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좋은 마음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기에, 좋은 결과가 보장된 오랜 관계를 지키고자 했던 그였다. 하지만 패기 넘치는 신입PD가 점점 더 공효진과 가까워지자, 그도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런 가운데 의미심장한 에필로그가 등장,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 복선을 깔아주며 기대감을 형성헀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에서는 극 중 등장하지 않았던 준모(차태현 분)와 승찬(김수현 분)의 승부차기 장면이 에필로그로 방송됐다. 체육대회에서 골키퍼인 준모는 승찬의 열과 성의를 다한 승부차기를 필사적으로 막아냈고, 그 결과에 승찬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 같은 에필로그는 ‘골기퍼가 골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결국 준모가 예진과 연결될 것’이라는 복선으로 읽혔다. 의미심장한 반전이긴 했다. 현재 예진은 승찬과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 물론 예진은 승찬을 귀여운 후배로 생각할 뿐이지만 승찬은 예진을 이성으로 느끼며 그에게 조금씩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준모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표현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다른 세 캐릭터들에 비해 준모의 캐릭터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데 가장 소극적이고 느리다. 승찬은 예진에게 "결제를 술, 밥, 영화 티켓으로 해달라"며 은근슬쩍 데이트 신청을 했고, 신디는 승찬에게 입맞춤을 하며 마음을 표현했다. 예진조차도 술이 취한 상태에서 준모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했지만 준모는 회피만 할 뿐이었다. 첫 에피소드에서 출연자에게 하차 통보를 하지 못해 미루고, ‘썸녀’ 혜주(조윤희 분)에게 이별 통보를 하지 못해 미뤘던, 신중하다 못해 답답하기도 한 성격의 한계였다.
사실 가장 먼저 러브라인을 시작한 인물은 준모였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예진에게 키스를 하며 친구였던 예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것. 이후 그는 예진을 조금씩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계속해서 관계에 어떤 매듭도 짓지 못한 모습으로 답답함을 줬다.
그런 의미에서 준모와 승찬의 승부차기 에필로그는 승찬의 적극적인 대시를 막아내는 준모의 모습을 그리며, 어떤 변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만약 준모가 승찬의 승부차기를 막아내듯 적극적으로 예진을 향한 마음을 표현한다면 새로운 커플 탄생을 기대해볼만 하다.
더불어 승부차기는 승찬의 선택에 대한 복선으로 읽히기도 했다. 앞서 승찬은 예진을 만나기 위해 영화관으로 가던 중 “집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신디의 전화를 받게 됐다. 예진의 휴대폰은 배터리가 나가 꺼져버렸고, 승찬은 영화관에서 기다리는 예진과 집 앞에서 비를 맞고 있는 신디 중 한사람을 선택해야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놓였다. 과연 승부차기 에필로그가 두 남자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감을 낳는다.
한편 '프로듀사'는 야근은 일상, 밤샘은 옵션, 눈치와 체력으로 무장한 KBS 예능국 고스펙 허당들의 순도 100% 리얼 예능드라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1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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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