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음원시대의 혁명이다.
음반이 아닌 음원시대이기에 가능한 것들을 그룹 빅뱅이 보여주고 있다.
본격적인 음원시대가 열리면서 음악의 공급과 소비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했고, 많은 이들이 이 격변의 가요계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해 고심했다. 대부분 하는 말이 '너무' 빠르다라는 것.
신곡을 내놓아도 그 수명이 짧다는 것에 대한 볼멘소리다. 거의 매일 새 음원이 등장하는 정신없는 가요계에서 소장하려면 '가치'를 따지게 됐고, 노래는 급속도로 소비됐다. 이는 인기 많은 가수들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음원시대의 문제점이라면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이런 환경에서 등장한 빅뱅의 이번 컴백 프로젝트는 그렇기에 '획기적인' 기획력이라 부를 만 하다. 5월부터 8월까지 매달 신곡을 발표하는 것은 음반을 잘 사지않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음원으로 전 곡을 들려주겠다는 소리다. 전 수록곡의 타이틀화. 이는 확실히 팬덤을 넘어 대중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도전적인 면모도 있다.
빅뱅은 '2015. 05. 01'부터 '2015. 09. 01'까지 5개월간 매월 1일의 날짜가 표기된 포스터를 공개하며 호기심 속에 이 거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동안 매 달 ‘M’, ‘A’, ‘D’, ‘E’ 프로젝트 싱글 앨범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었다. 9월에는 이를 토대로 완성된 ‘MADE’ 앨범을 발표한다.
매달 발표되는 노래는 단순히 디지털 싱글 형식의 발표가 아니라 1곡 이상의 곡이 수록되는 프로젝트 싱글 앨범 발매 방식. 이 같은 방식은 기존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전략임과 동시에 빅뱅의 데뷔 시절, 매달 싱글 앨범이 나왔던 형식을 9년만에 재현하는 것이자 그것을 현 시대에 맞게 한 차례 발전시킨 계힉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고,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달 '루저'와 '배배'가 휩쓸고 간 자리에 '뱅뱅뱅'과 '위 라이크2 파티'가 음원차트를 채우고 있다. 한 차트 내 '빅뱅 VS 빅뱅' 구도가 그려지게 됐고, 이렇게 벌써 빅뱅의 네 곡을 대중이 알게 됐다. 매달 1일 빅뱅의 신곡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이 프로젝트의 대중적 성공을 의미한다.
단순히 음원을 '던져놓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이슈 환기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 역시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열쇠다. 음악프로그램 출연을 물론이고 뮤직비디오의 순차적 공개, 미공개 영상 클립 공개, 예능프로그램 출연 같은 활동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렇게 음원 발표 후 대개 1~2주 안에 사그러드는 관심을 살려나간다.
실제로 빅뱅의 뮤직비디오는 하루 조회수 100만씩 기록하고 있고, '루저' 뮤직비디오는 공개 한 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3000만뷰를 돌파했다. 매일 조회수 100만뷰씩 더해나간 성적이다. '완전체' 빅뱅의 예능 활동도 눈길을 끄는 데 지난 달 KBS 2TV '해피투게더'에 이어 오늘(7일) SBS '런닝맨'에 출연, 색다른 면모 역시 선보이게 된다.
이와 더불어 가수로서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공연으로 의미를 더한다. 빅뱅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월드투어 서울 콘서트에서 '루저'와 '배배'를 최초 공개했던 바다. 2016년까지 이어지는 'MADE' 월드투어를 펼침으로써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미주, 또 그외의 지역까지 약 15개국, 70회의 공연을 통해 전세계 약 140만명의 팬들과 만나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빅뱅이기에 가능한 것도 분명 있다. 기본적으로 신뢰감과 기대감, 그리고 팬덤과 대중적 인기를 고르게 지니고 있지 않은 가수라면 이 프로젝트 자체가 불가능할 일일 수도 있다. 더욱이 빅뱅 음원의 특징 중 하나는 폭발력 외에도 롱런이라 이 프로젝트에 적합성을 지닌다. 그러나 '빅뱅이기에 가능한 것'이란 딱지를 떼더라도 '음원시대에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열정을 보여 준 사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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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