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코끼리들의 아빠가 된 '쩌리짱' 정준하가 다정한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해 무한한 신뢰를 얻었다.
정준하는 매번 바보 캐릭터로 박명수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유발했는데 이제는 박명수와 나란히 있어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의 무기인 '정'을 내세워 2인자 박명수에게도 뒤쳐지지 않고 있다.
정준하는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와 한 팀을 이뤄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국립공원 코끼리 고아원에서 알바를 했다. 상아를 노린 불법 밀렵꾼 탓에 엄마를 잃은 아기 코끼리들을 돌보는 일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했다.
제각기 다른 사연으로 상처를 입은 코끼리들은 정준하의 품에서 치유 받았다. 정준하는 마치 집에 있는 어린 아들을 대하듯 부드러운 말투와 행동으로 코끼리들을 온몸으로 품었다. 그의 마음을 느낀 코끼리들은 경계심을 낮추고 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정준하와 박명수는 이날 각자 코끼리 한 마리씩 맡았다. 박명수에게는 우물에 빠져 등에 커다란 상처가 생긴 길라이가, 정준하에게는 엄마를 잃고 염소 우리에 버려져 있던 도토가 배정됐다. 이들 모두 구조대에 의해 안전하게 구조했지만 엄마 코끼리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몸이 약했고.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복 중이었다.
박명수는 몹쓸 기억력 때문에 코끼리들의 이름을 외우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준하는 달랐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코끼리들의 이름을 바로 바로 외우며 특유의 콧소리로 나지막이 불러주었다.
오전 11시에 젖을 먹였고 두 시간 후인 1시에 또 다시 우유를 먹여야 했지만 정준하는 힘든 기색 없이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열심히 일했다. 지방이 많은 일반 우유 대신 분유를 타야했고, 여러 병이 담긴 수레가 무거웠음에도 정준하는 코끼리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조련사들은 그의 능력에 감탄하며 박명수를 향해 "(정준하를)보고 배우라. 굉장히 빨리 적응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명수도 이내 적응하고 코끼리들을 정성껏 돌보았으나 정준하의 실력이 훨씬 더 월등했다.
정준하는 한걸음 더 나아가 그들에게 자신의 냄새를 각인시키기 위해 코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소통했다. 코끼리들은 귀를 팔랑거리며 좋아했다. 또 졸린 코끼리들의 입에 손가락을 넣고 물게 하는가 하면, 몸통을 쓰다듬으며 동요를 불러주기도 했다. '쩌리짱'만의 따뜻한 성격이 극대화된 순간이었다.
정준하의 마음 씀씀이는 코끼리들이 자고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이불을 덮어주며 혹시나 아픈 곳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했다. 한밤 중에 코끼리가 설사를 하자 벌떡 일어나 뒤처리도 깔끔하게 마쳤다. 마치 아들 로하 군을 챙기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정준하는 '무한도전' 내에서 고령자축에 속하지만 늘 어린 멤버들에게 당하고, 놀림 받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애정을 베풀고 주변을 챙기는 모습은 유재석을 뛰어 넘는 '1인자'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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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